*여기저기(국내)*

멀긴 멀다 - 영덕과 주왕산

혜아니1 2008. 5. 13. 09:50

9일 금요일 쉬는 날이다. 10일 놀토, 11일 일욜, 12일 석탄일

연 나흘이나 쉴 수 있으니 뭔가 해야지 아까운 시간이다.

 

같이 놀 멤버......   없다.

내 남편 밖에..

지난 번 가려했던 주산지며 주왕산. 그리고 강구항의 영덕게와 그 바닷가를 맛보는 거다.

 

한 2시쯤 집에 올 수 있단다. 점심 먹고 바로 와도 그 시간 전에 오긴 힘들겠다.

그렇다고 토요일날 출발하면? ㅋ 안 돼지.

올 수 있단다. 대신 준비를 다 해 놓아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란다.

무지하게 바빴다. 그는 말 없이, 표시 없이 이 복잡한 준비를 했던 거다.

 

설악산 쯤 다녀 오는 거리로 생각했더니 오산이다.

2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중간에 기름 잠깐 넣고, 주산지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안 됐다. 

날이 흐리고 해는 지고 있으니, 스믈스물 땅거미가 일기 시작한다.

일몰 직전의 어스름이 가져다주는 그윽함이 그 곳의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둘이서만 가져 본다. 아름다운 주산지의 모두를.

그리고나니, 그 저녁 그 시간을 산골에서 있기엔 그렇다.

날이 흐려 별도 없고...

 

산길을 더듬어 강구항으로 향했다.

아침을 거기서 맞으면 시간 단축이 될까해서다.

 

30년을 넘게 식당을 했다는 환갑 아주머니가 쪄주는 대게.

그 맛난 영덕대게로 배를 채웠다.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장사한단다.

 

잠결에 쿵쿵이는 밴드 소리를 들었다. 꿈엔 바에 와 앉아있었다.

다음날 아침. 6시도 되지 않아 눈이 떠진다. 일어나 사워하고 화장하고.. 

그날은 남편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늘 그가 먼저 일어나, 물건 챙기고, 오가며 먹을 과일이며 온수며 다 챙기도록

아직 멀었었다. 내 준비가 끝나려면.. ㅎㅎ

 

일러서인지 강구항 어시장에도 상인이 몇 없다.

파도는 거칠다. 수입산 게를 싣고 온 대형 트럭이 즐비하다.

생각해 보니 고 부지런한 장삿군 입심에 넘어가 고르지도 않고 그냥 사 버린 것 같다.

먹긴 잘 먹었지만.

아침을 먹고 나니 어시장에 상인이 꽤 많아졌다.

연휴 첫날이니 오후부터 이 항이 인파로 북적일 게다.

 

주왕산!

대학 4학년 때 가 본 것 같다. 지도교수 없는 우리끼리의 수학여행이었다.

일정도 행선지도 맘대로였다. 30년전 일이다.

길을 잘 몰라 대구에서 안동으로 다시 청송으로 .. 그렇게 빙 돌았던 것 같다.

추웠던 숙소와 짜기만 하고 맛도 없던 경상도 음식점들이 기억난다.

경상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니다.

폭포(제1폭포)를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도 난다. "고걸 폭포라고?" 하며

비가 뿌렸다 맑았다 흐렸다. 날씨는 온전치 않았지만,

무리한 산행은 할 수 없는 우리 랑이에겐 딱 맞는 코스다.

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이다. 무뚝뚝한 바위 덩어리들이 이쁘게 보이니까. ㅎㅎㅎ

 

두 번 오기엔 좀 먼 길이다.

그래도, 다리 성할 때 부지런히 다녀보자 했다.

반죽이 맞는 부부라선지, 아님 마눌 말에 무조건 "OK."라서인지

그의 답은 늘 내가 원하는 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