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간병2
내일이 섣달 보름이다.
어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꾀도 나서 어머니를 뵙지 않았다.
저녁 8시에 전화를 하여 “집에 있었냐?” 물으신다.
30시간 닷새 동안의 연수가 끝나는 오늘은, 오후에 들를 참이었는데,
같이 교육받은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친구 현순네 가게에서 가 차 마시는 동안에
또 한 차례 전화를 하셨다.
딸년 본지가 하루 거르고도 오후 3시가 되었으니, 이때를 넘기면 또 못 보지 싶으셨나보다.
간병인 아주머니 말을 들으니, 종일 전화를 기다리신단다.
셋째네 내외가 다녀갔는데도,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특히나 큰딸 오기만 기다리신단다.
효녀가 맞긴 맞나보다. 그 어머니가 오매불망하시니 ㅎㅎㅎ
어머니는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15일까지만 있으라 하셨단다.
그때쯤이면 혼자 힘으로 거동하실 것 같으신가보다.
많이 나아지시긴 했다. 스스로 일어나 앉으시니.
아주머니에게 틀리다, 늦는다, 싫다, 먹지 않겠다 고 여전히 잔소리 하시고..
아주머니에게 설은 새러 가시더라도 웬만하면 계속 돌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였더니
옆에 와 귓속말로 까다로운 양반이라며, 장 봐서 밥까지 해 드리는 것을 포함해 은근히 생색을 내고,
예의상 하는 치레 말이지만 이런 딸 없다며 한 수 띄워도 준다.
어머니는 아주머니가 오지 않을 때를 걱정하시며, 나름대로 대비하여 재활에 힘쓰기도 하셨다.
내게 미안해 하시는 눈치도 보인다. 누나에게 다 미루는 동생들 타박도 하신다.
그들에게 아무소리 마시라 못 박아 말씀드렸다.
먹고 사는 것도 힘겨워 하는 그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편하지 않고,
아무리 그렇더라도 제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는 됨됨이를 가진 놈들이라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기는 일에 내 모른다 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일면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인들 겪지 않을 수 있을까?
연로하면 생기는 일중의 하나를 내 어머니는 겪으시는 거고, 나는 가까이서 보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집으로 향하는 하늘엔 덜 자란 둥근달이 웃고 있다.
기쁨이 찬바람 속에서 따스하게 핀다.
마주보며 답례한다. 이 평화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