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차례를 지낸 설날 아침, 힘들어 못 오신다는 시모께 새배드리러 큰댁 식구들과 인제로 향했다.
큰댁 조카들이나 우리 아이들이나 막내가 대학졸업반이니 어른이다.
아직은 학생 신분으로 설이면 세배돈 받는 재미가 있을 게다.
80이 되신 시어머니는 3시간여 나들이도 힘겨우신가보다
고향에 함께 사는 셋째 네는 큰댁에 올 수 없었다.
게서 이것저것 만드는 것보다 가져가는 편이 훨씬 수훨하기에.
손빠른 맏동서는 장만한 음식들을 챙긴다.
가는 길의 휴게소에서 사회 초년생 큰아이가 차(茶)를 샀다.
시어머니는 우리식구라도 하루 묵어가길 원하셨지만
시동생 내외가 불편할까하여, 사돈댁에 새배하러 간 큰댁식구들이 가고 30여분 뒤 시댁을 나왔다.
아이들도 이젠 할 말 안할 말 가려 하고,
다른 사람의 심기도 이해하여 분위기를 부드럽고 경쾌하게 이끌 정도로 어른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젊은 사촌들은 깔깔 거린다. 조용한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부드러운 웃음으로 부모님을 대하는 내 아이들과,
가끔 거울을 보며 늙어가는 자신을 보며 한숨을 쉬는 남편이지만,
"마누라가 이뻐하는데 뭐 그리 걱정이셔?" 하면, 못내 "맞어!' 하며 응대하는 애씀이 있고,
같은 거울 앞에서 면도하며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늘상인 걸 보면 ...
친정어머니는 사고 후 두달 만에 기적과 같이 회복하셨다.
손수 떡국을 끓이셨고, 과일도 담아 내어 주셨다.
드시기 싫어도 세 때를 거르지 않으신다 하고, 홀로 걸어보시려는 자활 의지가 강하셨다.
몸 추스르기에 대한 열의가 여느 때와 다르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사 때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내 가족을 본다.
기쁨을 안겨주는 이러한 가족들이 가까이 있기에, 누가 뭐라해도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