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오금지희(五禽之戱)

혜아니1 2009. 5. 19. 11:08

 

오금희 본부 홈페이지 http://ogeumhee.com/index.html

 

 

  권이신선생님의 동작에는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평범치 않은 권선생님의 독자적인 단련법인 줄 알았었던 五禽戱, 이름부터 독특하다. 춤인 듯 무술인 듯, 靜中動이며 動中靜이고, 閑中忙이며 忙中閑이다. 나중에야 선생님도 전수(가 아니고 배웠다고 해야할 듯)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나라 말기의 명의 화타선생님의 작품이라고……. 한국본부는 서대문 충정로에 있다.

 

  오금희 동작은 8절의 84동작이 있다.


  내겐 배우기 어려워하는 유형 두 가지가 있다. 언어(language)와 동작(action)이다. 따라 해야 익힐 수 있는 것에 관하여 그렇다. 몸치인 나는, 똑같이 보고 그대로 해야 하는 체조나 무용 게임 같은 것은 무척 싫어한다. 규칙과 순서에 맞게 암기하고 익혀야 하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므로 접근 금지며 줄행랑이다. 그런데도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어느 날 오금희 초급반 개설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것도 집 가까이서. “선생님, 꼭 배우세요.”하는 권선생님의 충고도 무심치가 않았다.


  시작은 했지만 몸이 말을 들어야지, 가장 혼란스러운 동작은 猿右打虎! 손이 돌아가고 몸이 돌아가고……. 도대체 어떻게 돌리는 거야? 에고나 세상에……. 거기다가 오금희 지정곡인 심진스님의 그 음악들은 어찌나 슬프던지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가락에 정신을 빼앗겨 머릿속은 온통 하얗기만 했다. 이 오금희를 놓던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세 차례나 초급반에 머물렀다. 사실, 몸치도 몸치지만 게으른 면도 없지는 않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기질 않았다.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잊어버린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오금희 강습이 있는 날이 되어서야 “에코!”였다.


  중급반 개설이 되고 다시 아들놈과 동행을 했다. 초급반 세번째는 남편과 함께 하느라  그랬고, 중급반은 시작한 건 아들놈 관리 차원에서였다. 그런데, 남편은 남편대로 놈은 또 놈대로 둘 다 중도 포기다. 남편은 직장일로 여러 번 결석하다보니 그렇게 되고. 녀석은 시험이 겹치면서 시험공부 쪽으로 기수를 잡았다. 그래도 이래저래 참석이 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흥미가 일었다. 사실은 여러 번을 보고 반복하였으니 익힐 때도 되었다고 하겠다. 어느 날부터 시범동작도 동료들의 동작도 뚜렷이 보인다. 이게 웬일인가?

 

  오금희 동작에는 꼬리뼈부터 경추로 마디마디를 잇는 종형과, 꼬리뼈를 중심으로 좌우로 서서히 중심을 옮기며 움직이는 횡형이 있다. 팔과 다리는 그 연속성 속에서 선을 그린다. 어찌보면 꼬리뼈는 구(球)의 중심이 된다. 그러면서도 두 발바닥은 심지가 되어있다. 변화와 연결이 꼬리뼈와 발바닥 사이를 오간다. 유연과 강직이 어우려져 있다.

 

  1년간의 강습을 마무리하는 심사를 받고야 입문에 섰다 하겠다. 혼자서도 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그윽하면서도 활기찬 이 동작들은 평시에는 즐거움이요 유사시엔 심신을 위한 자가치료의 최선책이 될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