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긴 하루 하지에

혜아니1 2009. 6. 22. 19:27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와야 하고, 이사간 집 청소도 해야하고..

 

  수술 후 두 달에 한 번 엑스레이를 찍어 뼈가 아문 상태를 점검하러 병원엘 가신다.

  일요일은 모시고 가기 쉬우니 매번 일요일 예약이다. 일찍 가겠노라 했는데도 7시가 되면서부터 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네 번째는 혼자 택시 타고 갔다 오시겠단다. 짜증이 인다.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와 이 만큼 도로로 나와, 택시를 타고 복잡한 동부간선도로를 지나, 병원에 내리셔서, 젊은이도 오락가락 번거롭고 움직일 일이 많은 종합병원에서 쩔뚝이며 계산하러 가시고 엑스레이 찍으러 갔다 다시 진료받으러 ... 그렇게 다니시겠다고? 

  여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차후로 미뤄도 되는 사사로움도 당신 일이다 싶으면, 식사 준비하고 밥먹고 씻고, 화장하고 나서야하는 나의 시간은 안중에 없으신 게 확실하다. 덕분에 기분이 엉망이 되었다. 

 

  방학동 4거리를 다 와 남편에게 전화 했다.  청소기 들고 1층에 나와 있으라고.

  비눗물과 때가 엉겨붙어 늘어진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 싱크대 주변의 기름 때들 그리고 1년은 닦지 않은 창틀의 새카만 먼지, 하얀 콘센트 마다 덕지덕지 손자욱으로 얼룩져 꼬질꼬질한 ....이사가고 난 집의 방안을 들여다 보면 이렇게 과관이다.

  다 치우고 난 깨끗한 집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한데 이번엔 귀찮고 난감함이 먼저다. 수고했다며 건네 주는 10만원을 받으며 재미보고 돈벌고 좋아 하는데 무엇보다도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흐믓해 하는 남편을 지지해 주려는 내 마음을 표시하는 일이었기에 더 즐거웠던 일인데....  몸도 옛같지 않다. 사람을 사서 청소해야겠단다. 나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이지만 마음에 들게 해 줄지 의문이다. 

 

  차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잠이 들었다. 푹 쉬라는 그의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 의자를 최대한 눞히고 다리를 길게 뻗었다.

  "이대로 팔당으로 갈까? 빨리 왔는데." 

  "여기 어디야?" 

  "북부간선도로." 

  "그럽시다. 해도 긴데."

 

  농장에 닿았을 때도 해는 한참 위에 있다. 잠깐 나가 상추나 뜯으니 모자는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볕에 따갑다. 남편은 고무신을 신고 풀을 뽑고, 기울어진 줄기를 세운다. 밭은 질퍽거린다. 늙은 오이 젊은 오이 10개도 넘게 매달려있다. 고추도 몇 알 붙어있다.

  일을 마치고도 날이 훤하다. 팔당쪽 오는길이 막히니, 퇴촌의 그 경안천 산책로나 들러 고속도로로 돌아올 요랑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진짜 장날! 토마토 축제로 저쪽이 요란하다. 토마토나 사 올 양으도 갔는데 가도 오도 못하는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겨우겨우 주차를 하고 토마토를 찾으니 토마토는 보이지 않고 행사장마다 서는 뻔한 모습의 장이다. 토마토는 다 팔렸다나.

 

  집에 오니 10시다. 샤워를 하고 tv 앞에서 드라마에 빠졌다. 위대한 유산(이 아니고 '찬란한 유산').  결국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그 하루 참 길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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