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3국 - 역사 속 현장에서
내가 여행을 가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좁은 안목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으로 내가 얻은 건 내 가치의 척도가 ‘세상에 실제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고가(高價)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한편에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는 이 거대한 유적지와 유품들을 하잘 것 없이 보았다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읽은 것인지, 아님 세상에 대해 호의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건지, 나 자신의 정신 체계를 더 생각해 볼일임엔 이의를 제기치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부정이기보다는 어우러 사는 것에 대한 문제의 제기라 하는 편이 옳을 거다.
각설하고, 이번의 지중해 삼국을 돌며 보고 느낀 것을 요약하자면 인간의 영화(榮華)와 권력에의 무상함과 신앙이란 이름으로 저지르는 어리섞은 인간들의 행위를 보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간이 만들었다는 불가사이하고 위대한 문명이 시간 속에서 삭아들어 가고 자연에 의해 묻혀가는 현장에서, 역사 속 주인공들이 가졌던 힘과 의지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건 뭘까? 권력이든 신앙이든 변하여 무너져 간다는 걸 알았더라도 이런 걸 만들었을까? 물론 자신 하나의 의지로 바꿀 수 없던 관습과 그 시대의 가치관이 있겠지만 말이다.
이집트의 거대한 카르낙 신전에선 우상으로 섬긴 석상의 얼굴부분들을 지워버렸던 기독교인들이 있었고, 이스탐불의 성 소피아 사원에선 기독교 성인(聖人)들의 모자이크를 우상이라 여겨, 그 위를 아라비안의 기호와 문양으로 덮어버리던 이슬람의 종교적 행위들을 보았다. 그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전왕들의 행적과 그림을 지우고 제 이름과 제 성과를 더 깊이 파고 그리게 했던 왕들의 행적이나 다를 바가 없이 보인다. 신앙라는 이름으로 같은 종교의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정당화를 인정 받는 행위였겠지만, 내 눈엔 문화의 파괴고 타에 대한 배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 것은 고귀하고 소중하여 남아야할 것이고 남의 것은 다 없애야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우매함. 그 어리석음은 다른 것들과의 마찰, 질시, 살상과 학대로 이어진다. 소름이 끼친다. 신은 그걸 원하지 않으실 거다. 내가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모든 것은 없애라? 신이 그러하다고? 의롭고 평화롭지 못한 일에 무슨 위대함이 있겠는가? 날마다의 기도가 자비를 배풀고 선하게 살겠다는 약속일 것 같은데......
힘든 노동과 어쩔 수 없이 전쟁에 가담해야 하는 핍박 받는 인간 군상이 먼저 떠오름으로, 소수의 망강한 권력자의 의지에 의한 거대한 구축물과 진귀한 보물들이 위대한 업적이고 대단한 가치를 갖는다고 선듯 해석되지 않았다. 바라보는 것마다 힘없이 박해 받았야 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보여 무거움이 먼저 인다.
신을 숭배하기 위한 구축물, 이게 필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어디를 가도 사원이 있고, 신전이 있고 교회가 있다. 신을 숭배하는 장소는 거대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신앙심을 표현하려면 아무리 커도 부족할 수 밖에 없을 테니. 자연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신을 섬기는 정서가 어쩐지 맞다는 생각이다. 기도하는 공간은 어디든 관계 없지 않을까? 아무리 커도 자연 그 자체를 넘지 못할 바에는 말이다. 크기로 말하자면 바티칸 교회보다 고대 이집트의 카르낙신전이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지구상에 지식인 중 그 고대 이집트인들이 숭배했던 신앙이 절대신앙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믈테니까. 에고, 말을 하면서도 돌팔매의 대상이 될까 무섭다.
그럼에도 나는, 전능한 신께서 이러한 흔적들을 아직 남기심은, 그런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으라 하신 거지, 그 인간들의 위대했음을 알리기 위한 일인 것 같지는 않다고 멋대로 생각해 본다.
이제 심경은 접고, 이어 이집트부터 본 것을 정리하여 볼 참이다. 여러분이 내 기행문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고 ㅎㅎㅎ
카이로로 가는 중간 정거장인 우즈베키스탄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