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체조모임에서 송년회를 했다.
선생님은 차(茶)에 대해 조예가 깊다. 그분은 운동보다는 차(茶)다.
귀한 다관 찻잔과 함께 별의 별 차가 같이 왔다.
찻잔들이 다관 두 바퀴에 넘친다. 즐거움이 넘친다.
몇 차례나 돌렸는지 셀 수 없다. 마시고 또 마시고...
풍악도 넣으라 주문하였다. 심진스님의 ‘우리 가는 길’ 속의 곡들이다.
아홉 명이 각기 가져 온 먹거리로 한층 푸짐하다.
그 아홉 명 중에 아들놈도 있다. 이 눔이 차 맛을 아는지 선생님을 찾아가 밤새 같이 지내기도 한다.
과하게 먹고 마시면서도 행복 하였다. 과함이 모자람만 못함이 여기선 예외다.
자정을 넘겨 밖으로 나오니, 찬 공기 위에 둥근달이 따스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21CE114B3B944E0E?download(심진스님 '우리 가는 길' 중에서)
오늘은, 신앙이 깊어 달관의 경지까지 오른 친구 현순씨 생일이기도 했다.
음력 11월 15일.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제안에,
한가한 방학이니 그러마 하며 나갔는데 생일을 자축하는 거였다.
생일이 뭐 대수냐 하지만 어찌 별일이 아니겠는가?
쏟아지던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오직 나를 불러 한 끼를 같이 해 줌이 고맙다.
엠프를 거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래를 내린 커피와 함께 한다. 소리와 향이 모두 좋다.
돌아올 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게장, 쥐눈이 콩 한 대박과 가래떡도 함께 싸준다.
두 내외의 후한 정다움에 몸 둘 바 모르겠다.
그 부부에겐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합격하고도, 6년간 열심히 공부한 아들이 있다.
지금은 외과를 지원한 레지던트 1년차다.
가장 의사다운 의사로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의 선택이었다.
그건 맑고 강건한 부모님의 가르침 속에서 나온 거기도 했다.
아들을 세상의 아들로 키운 거였다.
자신보다는 상대를 생각하여 기쁘게 수고할 줄 아는 훌륭한 청년이다.
동그란 달이 내 머리 위에서 웃고 있는 지금,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이 풍요로움에 한 없이 감사하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