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국내)*

送春? 頌春? - 경기도 광주시 남종

혜아니1 2010. 5. 3. 16:05

지난 주가 peak였을 텐데,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못 본 한강의 봄벗꽃.

남산 걷기 모임과 도봉산 단골코스 산행도 있어 가는 봄 잡아두기는 좋은 날이었다.

허지만, 주 마다 오는 딸아이도 있고, 주 내내 혼자서 논 남편이 있어 선듯 간다  못하고..

짐짓, 일요일에 뭐 하실거냐 물으니, 결혼식장에 가야한다며, 같이 가잔다.

 

일요일 아침. 기온 8, 9도쯤.

겉옷은 봄옷이지만,속옷을 단단히 껴 입었다.

결혼식 참석 후 드라이브 하려 하였으니, 혹시 모를 차가운 바람에 대비다. 

 

올림픽도로를 따라 쭈욱 가면 미사리가 나오고, 그 길따라 가면, 남종에서 강하로 이르는 길이 있다.

한쪽은 강이고, 한 쪽은 산이다. 사시사철 풍경이 좋은 곳이다.

나는 '한강' 하면, 두물이 만나는 팔당 위 멀리 산이 보이고 탁트여 막힘이 없는 그 곳을 연상한다.

 

아차 하는 순간, 새 고속도로로 잘못 들어,

꼬불꼬불 덕소로, 팔당댐 공수교로 빙글빙글 돌아 갔던 곳 남종.

그렇게 많이 오갔는데,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는 걸 처음 안다.

지도를 보니, 몇 시간은 족히 걸릴 아름다운 오솔길이 강따라 길다.

계단을 오르니 덥다. 햇볕을 옴팍 받은 벤치가 기다린다.

윗 옷을 벗어 걸치고, 내려와 강을 끼고 돈다.

길섭에 남은 벗꽃, 복사꽃, 배꽃으로 아직 풍성하다.

꼬인 인성을 가진 한 사람 덕에 마음이 시끄러웠던 지난 주

마음 상할 일이 못된다 털어 버린다. 흩어지는 벗꽃 속으로.

 

풀밭에 봄나물이 잔뜩 숨어 있다.

우리 마누라는 나물 캐는 군번이 아니라며 힐끗 살피는 표정 속에서,

꿈꾸는 전원생활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아내에 대한 아쉬움도 보인다.

 

돌아오는 길 졸음이 밀려온다. 이전엔 없던 졸음이다.

못마땅한 어투로 잘 잔다며 비아양이다. 

마눌은 나이가 먹어도 펄펄 나는 줄 아시니 고맙다며 되받는다.

 

들어오자 마자, 두 시간 남짓 코를 골고, 일어난 남편에게 날려본다.

"오늘은 마누라를 위해 남편이 저녁상을 차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