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대
딸아이와 식탁에 앉아 제 아버지를 평한다. 깨끗한 사람이라고.
아이는 덧붙이며 웃는다. "씻기도 잘 하셔요."
그는 그 맑음으로도 우리 가족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아들의 스승에게는 90도를 넘게 머리 숙일 줄 알고,
주말마다 오는 딸아이를 위해 이불을 펴 놓는 아빠다.
가족의 일이라면,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높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퇴직을 결정한 최대 이유는 건강때문이다.
목, 허리, 무릎 그리고 위, 그가 통증을 느끼고 불편해하는 부분이다.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말 속에는,
너무 말라라서, 늙어보인다든지 초라해 보인다든지 하는 직언 혹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심하는 모습이다.
사실 나는, 부실하다는 그의 몸보다 걱정되는 것은 그런 일로 상처를 입는 그의 태도다.
요즘은 자기 혈액을 이용한 무릎 관절 경화 주사를 맞고 있다. 관절부분을 단단하게 해 주는 방법이란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후에 알 일이다.
그렇게 저렇게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지만, 그 예민함엔 어쩔 수 없는 연민이 인다.
그가, 나이먹어 가며 달라진 건, 여자 특히 아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거다.
평생 같이 살아도 여자는 잘 모르겠단다. 나는 그런 흔적이 보일 때마다 고마움 갖는다.
출근하는 마누라가 자신을 위해 아침상 차리는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려
평생 먹던 밥상을 버리고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식단을 바꾼 사람이다.
"나 출근 할 때는 아침밥을 꼭 차리던 사람이..."라고 부실한 마누라 책망도 했긴 했다만.
아내가 싫다 하는 일은 두 번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ㅎㅎ
그의 일상적인 행동이 거슬리는 것은 없다.
그는 다른 내가 아는 남자들과 달리, 잡아 놓은 물고기(에 미끼를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집안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이유고 목적이다.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고, 명예보다는 내실을 앞세운다.
밖에서 힘 쏟아 큰일을 해내는 것은 애진작에 포기한 사람이다.
그래서 리더의 자리에 서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늘 한 발 물러서는 사람이다.
또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는 류라 할 수 있다. 상대를 의식하여, 양보하고 배려하고 예의 차리느라 피곤해 한다.
이것 저것 보고, 즐기고, 찾고 하며 혼자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과시'를 잘 하는데, 그런 모습은 없다.
어찌보면, 조잔하여, 남자다운 패기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과시 뒤에 있는 공허한 실체를 알고 있다고 해야하나, 아님, 남에게 내세우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봐야하나 여튼 그렇다.
노력하지 않은 결실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 헛된 일에 매달리거나, 요행을 바라지도 않는
무엇보다 간이 작아서 모험이란 걸 못한다는 그 남자가, 아내인 내겐 일등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