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부부라는 거

혜아니1 2010. 8. 4. 14:14

토, 일요일 각각 다른 모임의 산행공지에 "갑니다." 해 놓고 무산됐다.

하루는 남편이 소일할 땅 계약건으로 동부인해야 했고,

다음 날은 그 계약 건의 연장선으로 해결할 서류를 마련하는 일과 남편 초등친구 모임일(매월 1일)이기에 나선 고향행으로다.

마누라 산행 후에 갈 터이니 다녀오란다. 그러면 늦어 친구들은 만나지 못할 텐데.. 해도 다음에 만나면 된다나.

에고, 그럼 이 마누라가 포기해야지. ㅎㅎ

큰 집 부부도 예고 없는 방문이다. 어쩌다 올린 '갑니다'가 또 펑크가 났어도, 두 분 내외는 반갑다.

동서는 미안하다하지만, 맏이라는 이유로 집안 대소사 맡아서 하는 두 사람에게 밥 한끼 대접할 수 있음이 고맙다.

점심을 하고 각각 길을 나선다. 우리는 남편의 고향으로 큰댁 내외는 두 조카가 사는 집으로..

일요일 오후라 서울로 오는 길은 차량이 줄줄이다.. 설악산으로 가는 6번 도로에서 휴가철을 실감한다.

 

더위와 소음과 빛으로 더욱 더 잠을 설쳤지만, 새벽녁에 비도 뿌리고 날이 흐려 걷기에 좋은 날이 되었다.

바람이나 쐬자는 그의 제안에 손 잡고 강으로 향한다.

줄이은 차량행렬이 양쪽 도로에 그득이다.

옛날에 앞 강에 텐트가 그득했다는데 요즈음은 드문드문이란다.

강물을 보니 맑다. 새벽에 비가 뿌렸으니 차가울 텐데 물속이 좋은가보다.

강 중앙을 사이에 두고 백로와 인간이 각각의 영역에서 물을 즐긴다.

돌아오는 길 건너편 사무실에 앉아 우리 내외를 본 친구가 소리친다.

길을 가로 질러 들어섰다. 노동으로 생을 잇고 있는 고향 친구도 있다.

청주에서 돈 많이 벌었다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단다. 점심에 막국수 한 그릇 먹자 약속을 그들과도 했나보다.

 

"손잡고 다니는 사람들 오래 못 가드라." 호탕함이 넘치는 친구가 우리를 빗대어 말한다.

그의 아내가 툭 남편을 제재한다. 그런 말들이 거슬리지 않은지 오래다.

막국수집에서, 제 것보다 먼저 육수를 부어주고 식초와 겨자를 뿌려주는 남편을 보고 한 마디 더한다.

"집사람 버릇을 잘못 들이고 있고만, 저녁에 들어가면 (제 와이프가) 심술 좀 부리겠고만..." 하더니

이어서 "야, 너 좋은 사료 좀 써라!" 비썩 바른 우리 남편보고 우스게 소리다.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제 아내에게 감동을 준다는 걸 어리섞은 남편들은 모르는 거다.

하기야, 부부의 내막을 누군들 알겠는가? ㅎㅎ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밌다.

돈 많은 솔로 친구의 스무명이나 되었다는 여자 관계. 고향 부모님들의 사는 모습과 그 자식들의 삶의 이야기들.

모두 돈과 치정과 인친적 관계를 벗어나진 않는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다.

돈 잘 번 놈이나 돈 없는 나나 사는 거 같다며 그저 애 낳고 살게 된 여자랑 사는 게 제일 무난한 거야 하며

읊조리는 듯 내 뱉는 그 초라한 행색의 친구분에게서 살아온 연륜이 빚은 정답을 듣는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알콩달콩 서로 아끼고 사는 것 이상 행복한 게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세상은 나 아니라도 굴러간다.

대의란 사람을 아끼는 마음과 실천 속에 있는 거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지위나 힘에 있는 게 아니라는 신념을 되짚는다.

 

 

 홍천의 밭. 동네 사람이 옥수수를 심었다.

 밭 바로 앞 물길 콩도 심고 논에는 우렁이가 그득하다.

 여전히 앞 산은 아름답고...

 시댁 앞 강 옛날엔 텐트족으로 발 붙일 수 없었다는데..

 맑은 물에 백로 식구들이 사람들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한계령으로 

 

 

 한계령 정상 간단한 요기 후 출발. 저 아래 양양에도 비가 뿌린다 하여 되돌아 온다.

 

 

 

 등선폭포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