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신 축하드려요
아침 7시, 잠결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접니다. 아버지 바꿔주세요." 아들녀석이다. 제 아버지 생신 축하 안부 전화다.
제 아빠의 대답이 이어지고, 끝으로 "학교 가야지? 학교라고? 그래, 어, 어(대답 소리)...." 하며 끈는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도 새벽 두세시까지 컴앞에 앉아있고, 밥 때가 되어도 식탁에 앉지 않아 못마땅했는데,
7시에 벌써 가서 짬을 내어 전화 한 거다. 제 일 제 알아하는 걸 보니, 낮밤이 없는 그 생활에 곱지 않던 시선이 가신다.
9월 3일, 그의 생일이었다. 쉰다섯번 째 생일.
저녁엔 둘이서 망우리에 있는 게집에서 킹클렙이나 먹자하고,
녀석들이 모두 오는 주말에나 가족이 함께 하기로 하였었다.
생일날 아침 상은 평시보다 썰렁했다.
1일자로 인사이동이 있어, 전날인 2일 오가는 이들과 송환영 회식을 하는 바람에 늦은 귀가였다.
미리 장보고 준비하는 야무진 주부는 절대 아니므로,
또한 자신의 생일이라해서 별다르지 않는 그의 편안함에 젖어서 무심하기도 했다.
딸아이도 전화다.
회사 입사동기의 결혼식이 있어 저녁에나 합류할 수 있다며 동생과 시간 약속을 정해 놓겠다 하였다.
토요일 저녁, 원래 계획한 장소는 정한 시각 6시엔 만석이라 예약할 수 없어, 장소는 변경되었지만, 가족 넷이 모두 모였다.
노인이 되면,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모두 한 집에 사는 걸 원한다던데, 남편에게 그러냐 물으니 그렇다 한다.
나는 강력하게 "no!"다.
나이 먹어보니 자식도 많을 수록 좋을 것 같단다.
속 썩이는 자식이 없으니 나온 말이라고 토를 달아본다.
여자에게는 남편과 자식은 전생의 웬수나 빚장이였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닐지 모른다.
손주는 무조건 이쁘다는데도, 그 손주고 뭐고 간에, 기실 나는 사위, 며느리 맞는 것에도 두려움이 인다.
내 피와 살이 섞인 내 아이들도 내 맘대로 못하는데, 그들 대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내 남편, 내 아이들 만큼 내 맘에 들지 않을 텐데...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는 것에 대한 아무 기대가 없음에도, 이렇게 미리 겁먹고 있는 건 뭔지.
내 30여년의 사회생활에선, 사람들에 대한 기쁨보다는 버거움이 더 많았던 듯 하다.
살만한 세상이지만, 수 많은 난재가 언제 어떻게 불거질 지 모른다.
그 난재가, 내 내면과 자신보다는 만나고 관계해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부딪힘으로 지속된다면?
괜한 걱정이다. 앞으로도 내 행복 전선엔 이상 없을 거라는 믿음인데, 뭐 올테면 와 봐라! ㅎㅎ
<신입사원 모집 뒷표지 모델(딸램)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