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사패산
연 이틀을 내리 산행이었다.
토요일 근무시간이 끝나고 있던 (직장산악회의) 첫산행은 일요일을 위해 쉼터까지.
내려 와선, 선배를 불러내어 식사하고 차 마시고 사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살면서 호흡이 맞는 이를 몇이나 만날까? 그 분은 그런 사람이다.
유치하지 않고, 깨끗하며 무엇을 말해도 이해하고, 무엇을 논해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남편이 없는 날이라 내 맘대로인 그날, 늦은 귀가다.
딸아이 얼굴보고, 자정 넘도록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아침이 무겁다.
해도, 가야지.
이런 또 꽁지다. 제일 가까이 사는 내가 가장 늦게 등장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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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방향도 없이 그저 살아왔던 젊은 날, 산다는 건 미로를 통과하는 거였다.
제대로 가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고, 맞는지 틀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늘 캄캄한 미래가 앞에 서 있을 뿐, 현재는 보이지 않던 세월이었다.
공자님의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이 이해가 되는 나이에 이르니,
길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여튼 그런 마음이다.
그리하여, 탁 트여 시원해진 행로로 해서, 서슴없이 주저 없이 내 딛는 걸음으로 명쾌하다.
오늘도 그런 날 중의 하루다.
땀 흘려 올라선 능선. 오솔길처럼 만들어진 능선 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정상에 서면 멀리 겹겹이 펼쳐지는 봉봉에 늘 감탄하고,
발아래 무수한 가호(家戶)와 인공(人工)을 보며 복닥거림에 있던 가소로움이 번번이 인다.
그러한 넓은 마음과 황홀함을 느낄 수 있음이 산행의 기쁨 아닐까?
이건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게다. 모두가 같지 않나 싶다.
그런 행보에 선량한 사람들과의 동행은 행복하다.
서로의 안전을 염려하고, 서로의 즐거움을 부추긴다.
이 순간,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된다.
그러한 기억으로 해서 멤버들은 더욱 돈독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