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을 가다
날씨가 무척 덥다.
오가는 길은 안개로 희미했다.
백제라.. 한 십 수년 전 무령왕릉과 부여 박물관을 관람하고 잠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 신라 문화에 익숙했던 내가 세련된 백제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보고, 사라진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역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역사란 무엇이던가? 기록? 누구의 기록? 우리가 아는 역사는 무력의 역사다. 패망하면 그동안의 문화는 초토화 되고, 목숨이 붙은 자는 노예로 전락했다. 승리자는 지배자가 된다. 제 것으로 채우고, 패자를 핍박한다. 보다 많이 빼앗고, 보다 넓은 곳을 초토화 시키며 영토를 확장한 자들. 그들은 영웅이라 명명 되었다. 승리를 과포장하기도 한다. 위대한 자로 남기 위해서.. 그게 역사다. 참 쓰디 쓴 이야기다.
왕은 하늘이 낸다? 하늘이 사람을 지배하는 자를 보낼 리 없다. 하늘이 내는 자라면, 이념이 필요없는 평화를 뿌리는 자일 것이다. 아마도 제게 칼날을 들이대면, 나 살자고 상대를 살해 하지 않을 게다. ㅎㅎㅎ 역사 속의 영웅들은 아마도 지옥에서 수억 년을 묵어야 하리라. 살인과 지배로 괴롭힘과 아픔을 준 죄. 아름다움을 파멸한 죄.
헛, 만든 것도 있군. 힘의 위대함.... 그것들을 불가사의라 하던가. 그러고 보니 산다는 게 죄인데 무슨...ㅎㅎ
백제 문화를 관람하며 일어난 푸념들이다.
고구려 벽화 사신도를 보며 일었던 황홀함이 백제 향로에서도 인다. 사람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칭송하게 하는 황홀함이다. 이 향로를 보며 유토피아를 꿈 꿔 본다.
새로 단장한 연수원 콘도시설은 1등급이었다. 방음도 잘 되어있고 전망도 좋고....
내가 1등급 숙소를 지명하는 기준은 방음이다. 옆방의 소리가 잘 들리느냐, 지나 가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느냐 안 들리느냐로 등급을 매긴다. 잘 되어있다. 특히 방음이 ㅎㅎㅎ
밤새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그 소리를 들으려 바다쪽 거실 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 사막의 한 밤에 들리는 모랫 바람 소리, 산 속 참나무 가지 끝에서 일던 소리, 禪定할 수 있는 소리란다. 觀音像이 바닷가에 많이 위치한 연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뭔 소리 하는지.......ㅋ) 그 소리에 뭔가 해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해조음에 무게가 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