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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좋다

혜아니1 2011. 7. 19. 22:06

괜히 좋을 리가 있을까. 다 이유가 있겠지. 그런데, 괜히 좋은 게 맞는 것 같다.

비 그친 파란 하늘, 뭉실뭉실 구름이 떠도는 걸 보니 그저 좋고,

선명한 산이 다가와주니 좋고, 풀과 나무를 보니 햇빛 받아 자라고 커가고 익어갈 것임에 좋다.

 

지난 사흘간 평생에 그리 아픈 적이 있었던가 싶게 앓았다.

새벽 2시쯤 구토를 시작으로, 밤새 위통, 복통, 두통으로 고생했다.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었는데도 통증은 전신으로 번져 요동을 친다.

세포를 뒤집었다, 엎었다, 짓이기고 저미고,

타이래놀 두 알을 삼킨 두 시간쯤 후부터 통증이 가라앉았다. 타이래놀이 최고의 명약이다. 

 

오늘, 여전히 속은 미식미식 하지만,

익히 알아온 수치침과 구암뜸으로 자가 처치를 하고 일어섰다.

그리곤, 평소에 께름칙하게 미뤄 왔던 일들을 해보자 온 집안을 뒤집었다.

먼지가 숨고 모여 있을 만한 곳을 찾아냈고,

하수구란 하수구 뚜껑은 다 분해해서 덕지덕지 앉은 곰팡이와 때를 제거했다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는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일이 더 익숙한 나였다.

아니, 공부보다는 집안일을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

형제 많은 집 맏딸이다 보니 집안일은 당연한 내 몫이었다.

주루룩 두 살 아래 동생부터 있어 세 살 어릴 때도 내 노동력으로 한 몫 하였을 터다.

그 덕에 15살쯤 되니, 살림살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살림살이를 하며 공부도 하고 직장도 다녔다.  

그러다 결혼을 해 보니, 두 사람 먹고 사는 일이야 뭐 식은 죽 먹기였지.

그런데, 결혼 후부터 오히려 집안일에 조금씩 손 놓다보니 30년 된 지금은 얼뜨기 다 됐다.

퇴근하고 와서 집안일까지 해야하는 우리 세대의 여성들 중 나도 한 명이었으니,

일이 싫다기보다 고달펐다는 게 맞을 듯. 하지만, 어린 시절에 비해 엄청 수월해진 세상이 되었으니 뭐 꾀 부리는 거지.

 

사실, 걸레질을 제때 못하는 게 가장 께름칙했는데, 요즘 동글이 걸레 덕에 일도 아닌 일이 되었다.

빨고 짜는 일은 물론 닦는 것도, 넓은 거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끝나니 이렇게 쉬울 수가!

그걸 사곤 잘 샀다고 몇 번이나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샀으므로 )말씀 드렸다.

 

베란다를 바닥을 닦으며 보는 훵한 하늘과 구름 밝은 햇살. 북한산의 선명한 초록과 하얀 바위.

추위와 비로 함께 했던 흙먼지 덮인 창틀 위에 반짝이는 북한산.

애라 모르겠다 싶게 김치 넣고 마구 비벼먹고 있는 밥그릇을 앞에 두며 보게 되는 부억 쪽창안의 삐쭉 수락산 귀퉁이...

좋은 집이다. 어디에 앉아도 청청 하늘이 보인다.

하늘은 땅에서 봐야 잘 보인다. 땅은 라운지에서 봐야 잘 보이고.... ㅎㅎㅎ

 

온집안을 함께 휘두르는 솔바람과 청청함이 내 오감 속에서 일렁인다.

아침 내 그러는 새,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쪼르르 그의 옆에 붙어서 생글거려본다.

 “나, 좋아. 너무 좋아!”

 

 

 

도봉산 귀퉁이

밥 먹으면서 본 수락산

탈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기 수락산 날 유혹허네

 

부엌 창문 열고...

거실 청소하다

언제나 보이는 하늘 -좋은 집이야!

 

조건 북한산 자락

 

내친 김에 문 열고 한 장 박어 봐.

 

맨 앞이 인수봉이야요.

 

참, 이 동글이 청소기! 이뽀. 그러고 보니 봉과 대가 다른 색이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