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오르며
단합대회 겸 연수차 수요일 오후 산행이 준비되어 있었다.
산행대회지만 코스는 다 다르다.
3시간 반 코스, 2시간 반 코스, 바로 식당행 코스.
내 선택은 물론 가장 긴 코스. 허지만 그것도 아니다.
정해진 코스가 지리한 계곡 코스였으므로, 휘 돌아 더 먼길일지라도 능선 코스다.
소귀천 계곡을 따라 오르라 하는 대동문.
골짜기따라 오르면, 아무리 가을이래도 그 풍경이 그 풍경.
내가 선호하는 탁 트인 하늘과 맛닿는 봉우리를 즐기려면 그 길로는 어렵다.
계곡으로 오르려면,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로라야 그 지리함을 잊을 수 있다.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오르는 경우도 많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가능하면 피하게 된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계곡길을 올라도 되지만,
내 의식과 다른 잣대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가끔, 처신법이 치졸하여 부화가 일 때가 있다.
아직 덜 익어 이는 감정일 테지만, 고쳐질 일 바꿀 일도 아니고 충고나 참견할 일도 아니니, 안 들으니만 못한 꼴이되고 만다.
그런데도 그 옆 또 그옆 사람들은, 그렇다하며 부추기는 걸 예의로 알고 거드는 양을 보노라면,
유유상종할 일이지 한 통속은 되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끔은 서로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도 되지만, 여럿이 모였으니 밀착력은 역시 떨어진다.
코스를 달리했으니 갈 길이 바쁘다. 걸음을 재촉하며 오른다.
소귀천 계곡과 나란한 진달래 능선길. 목적지 대동문은 같지만, 펼쳐지는 풍경은 완전히 딴판인 두 코스다.
옆에 있는 새내기 한 명에게 내가 가는 코스로 가겠냐 물으니, 그리 하겠다 한다.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세 봉우리가 우리의 행로 오른편에서 함께 한다.
우뚝 세 봉을 얹은 능선 위에는 만추의 가을 하늘이 고즈녁하게 펼쳐져 있다.
집 가까이 이런 산이 있으니....
아직도 강북에 사십니까의 큰 이유가 이거라면 어찌 생각하시오, 그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