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새모임

혜아니1 2011. 11. 9. 12:51

 

"마장동으로버스가 안다님 동서울에서 타고와야 함 등산복차림요망! 사랑해요 ♥♥♥^^"

토요일, 동창생 아들 결혼식이 있어, 전날 고향에 간 남편의 메시지다.

스케이트나 타러 가려 약속을 해놓은 터인데,

"옙!서방님, 쪽!" 답신을 띄워놓고, 스케이트장은 못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취소 메시지를 보냈다.

 

강변역까지의 두 번 갈아타는 전철 코스는 피곤했지만,

버스에 올라서부터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행 리무진과 크기가 같은 좌석이다. 다리를 쭈욱 펴고, 이어폰도 꽂고........

2시간 채 되지 않아 도착.

맨날 보는 그 얼굴, 익숙해져 좋은 건지 좋아서 좋은 건지 여전히 반갑고 정겨운 그가 거기 있다.

 

일요일 아침, 비가 추적추적, 2시간 연장되어 11시에 모였다.

남편의 초등동창생 모임이다. 모두가 아닌 몇몇이 모였다.

모임 장소엔 외제차와 최고급 국산차종이 다 있다.

 

영동에 비가 종일 온다는 예보도 있고 하여, 원래 계획이 대폭 수정되었다.

30분 이상을 냅다 달려 다달은 곳 미산(美山) 개인(開仁)약수터 아래 너와집 주차장.

거기서 1.5km 가량의 돌길을 오르면 철분이 함유된 탁 쏘는 약수가 있다. 맛이 일품이다.

새잎이 파릇파릇하기도 하고, 바위엔 이끼가 껴 있는 인적드믄 산이다.

산행이 있어 즐거운 시간일 거라는 기대치는 단 1시간 만에 게서 끝났다. 

 

시간이 시간이라 내장탕으로 점심을 먹고,

하산하여 감자전, 묵무침과 좁쌀 막걸리를 먹고,

시내에 도착해서 송어회로 저녁을 먹었다.

내장탕도 막걸리도 송어회도 내 입에 수저가 닿지 않는 메뉴들이다.

감자전과 끼니마다 나오던 흰밥이 없었다면 종일 배도 골았을 게다.

 

개구진 회장의 익살스럽고 거친 말을 양념처럼 즐기는 사람들.

세상에 이런 저런 사람 많듯이 거기도 새로운 분위기다.

저녁이 되도록 빗방울은 종일이었다. 

걷히는 듯 기대를 했던 산봉우리 구름도 어두워지도록 그대로다.

날씨만큼 내 오장육보도 편칠 않았다.

왕복 100km 넘는 그 구불구불 길은  bmw 760 으로도 내 뱃속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그에 더하여, 앞에 앉은 사모님의 너스레는 끈이질 않는다. 골이 지끈지끈!

 

매월 1일날 모이는 이 모임에 직장때문에(안 와도 되니 쾌재인데) 못 온다는 말을 듣은 사장님.

남편보고 돈 벌라고 하고 그만 다니라나? 저, 돈때문만은 아니거든요. 사장님!

저 저, 거들먹거리는 남편을 둔 사모님들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고 있을까?

끈임없이 무언갈 표출하는 그 사모님은 나름대로 즐거움이 분명 있을 것도 같다.

노력해서 번 이도 있고, 졸부도 있지만 제발 유치한 거드름이 아니길...

 

출세를 한 그도, 부자가 되어있는 그들에게서도 씁쓸한 뒤태가 보여지는 건 뭔가?

풍성함과 아름다움이 좀체로 읽혀지지 않던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