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백성희장민호극장의 '3월의 눈(雪)'

혜아니1 2012. 3. 9. 16:13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서울역 뒤편에 있다.

연극 '3월의 눈(雪)'은 개발되어 가고 있는 동네의 한 민가(한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손자의 빚잔치를 위해 집을 팔고 양노원으로 들어가는 한 노인의 추억(?)이 무대에 서있었다.

아흔이 다 된 백성희씨(이순, 영혼으로 분장)의 짜랑짜랑 목소리에 탄복한다.

 

이 연극은 헐려지는 한옥을 중심으로 집을 떠나게 된 주인공의 마음을 그려낸 좀 서글픈 내용이지만,

내가 그려낸 관람소감은 이렇다.

 

헐리는 집은 현세다. 자식을 낳고, 기르고, 잃은 곳, 그리고 아내와 토닥거리며 살던 이승인 게다.

모든 걸 내려놓고, 제 몸이 짐이 되지 않도록 가벼이 간다.

삶이란 슬프고 쓸쓸한 거라는 메시지다.

선량(善良)으로 살았으니, 좋은 저 세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ㅎㅎㅎ

 

그 속에서, 나는 40년 전의 친구들을 만났다.

세월 저 편, 그들을 만났을 때의 나이보다 2배는 더 살고난 뒤의 모습인데 모두 뚜렷하다.

다들 열심히들 살아왔을 게다. 나와 연순이를 제외한 9명 중에는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반이 넘는단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문화행사도 하고 운동도 하고 낮에 만나 밤 늦도록 놀다 귀가한단다.

늦게까지 직장을 다녔던 친구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그래서 더욱 더 생기가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