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떨어져 나간 각각의 객체로서

혜아니1 2012. 3. 23. 17:25

녀석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미 훈련소에서 메시지로 녀석의 소속과 홈페이지를 소개 했으므로 알고는 있었다.

훈련소 홈페이지에 클릭하여, 녀석의 훈련병이 된 모습도 보고, 게서 편지도 썼으니 이제 전달 되어졌을 게다.

녀석의 초등학교 때 일기를 보면 참 재미있는데, 지금의 편지글도 그 느낌이 남아있다.

글씨는 답답하다만, 필요한 내용이 다 있어 분명해 진다. 읽고는 답장을 써 보냈다.

 

편지글 중 아래 두 줄 선이 있는 내용으로 보아 '오시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인데도, 남편은 퇴소날 가시겠단다.

언제 녀석을 태워서 오갈 기회가 있겠냐며.. 같이 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눌 계획인가보다.

 

어제, 딸아이는 비행기표와 숙소만 달랑 예약하고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대리가 되어 받는 휴가 7일을 알뜰하게 쓰는 거다. 앞뒤 휴일 포함해 열흘을 잡았다.

밤12시에 출항하는 터어기항공기다. 이스탐블에서 파리행으로 갈아 타야 한단다.

비행기 타는 시간, 바꿔타는 시간 감안하면 빨라야 13시간 정도가 가는데 걸리는 시간,

파리가 우리보다 8시간 느리니, 22일 24시-8시간+13시간 = 29, 파리 시각 23일 6시, 7시, 8시  아침 도착이네.

 

가질 수 있는 휴가는 꽉 채워, 4월 1일 일요일 18시쯤 인천항 도착이니 귀가는 밤 9시는 넘을 게다.

짐도 전 날, 엄밀히 말하자면 출발하는 날 챙기고, 퇴근하여 집에 와서야 여행자보험도 가입했다.

"한심하지요?" 준비성이 철저한 아빠에게 하던 말이란다. 엄마는 저나 같으니.... ㅎㅎㅎ

졸지에 남편과 나는 인천공항까지 그 밤에 다녀 온다.

 

아들놈은 국방의 의무를, 딸아이는 제 좋아하는 여행이니 두 아이 모두 뚜렷한 제 위치에 있다.

각자 자유인으로서 제 삶을 꾸려가는 두 아이가 고맙다.

 

월요일은 딸아이가 예약해 놓은 강릉 호텔로 우리 내외도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