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둥지를 찾아 가시려는 시모님

혜아니1 2013. 3. 25. 15:41

시어머님 모셔온지 삼 주 되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입맛이 없어 된장국에 김치 볶음만 입에 대실 뿐,

드시기 좋게 다진 고기도, 물렁한 나물도 전혀 손대지 않으신다. 

별 잡수시는 게 없으니, 이것 저것 상에 올려야 소용이 없고, 맥만 빠진다.

 

늦잠에 헐레벌떡 뛰어 나가는 며느리가 한심하기도 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게의치 않는다.

우리 시어머님 유독 둘째 며느리인 나를 어려워하신다.

뭐가 그리 미안하고 고마운지 다른 며느리에 비해서도 별 한 일도 없는데,

늘 미안해, 고마워, 애썼어 라는 말을 건네신다. 죄송하게스리.

직장 다니는 며느리에게 힘들게 하신다고 생각하시나?

그래선지 저래선지 어머니가 와 계셔도 생각만큼 큰 불편을 느끼진 못한다.

제 몸 관리 제 알아서 하시는 양은 남편과 같으시다.

 

빨래든, 설겆이든 집안 일도 눈에 띄면 하시려 하신다.

도와줄 일 없다 살피시는 것도 같고, 불편하게나 않는지 꽤나 염려하시는 듯 하다.

아들네 가까이 사는 사돈(친정어머니)네도 동네 사람들이 방문이 잦은 걸 아시는 탓에

사람들 보기 뭐하여 아예 발길도 안 두시는 분이시다.

친정어머니는 전도 붙여 오시고, 장조림도 멸치볶음도 해서 무거운 몸 이끌고 가져다 놓으신다.

서로 어려운 관계가 사돈지간인가 보다.

 

그 어머니가 시골집으로 가시겠단다.

수요일 주사 한 차례 더 맞으시고 가셔도 되는데, 하루 당겨 내일 맞고 기어이 가시겠다 하나보다.

"토요일, 나랑 같이 가자고 해 봐요." 남편에게 말하니, "지루하신가 봐."라며 내 말을 자른다.

 

내 둥지, 내 집만한 곳이 없으신가 보다.

세째네 큰 조카 어릴 때 땅에 발 안딛으려 용을 써 늘 엎어줄 수 밖에 없던 거며,

애들 셋 먹이고 입히느라 추우에 얼어가며, 더위 먹어가며 빨고 삶고 다려 입히며 챙겨 주느라 힘들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느라 더 늙고 병들었다는 ....... ㅎㅎㅎ

그렇게 키웠어도 이제 커서 돈 벌어도 제 에미 에비 선물만 사들고 할머니는 본척도 안 한다며 서운해 하신다.

 

친정 어머니께 그런 저런 말씀을 드리니, "니집 애들은 안 그래." 하신다.

일요일 외할머니에게 와서 뽀뽀를 퍼붓고 가는 아들놈.

오랜만에 어쩌다 들러 인사한 눔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