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갈 수 있나요?
긴 겨울 하루나 이틀 쯤 스키장 가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혹시 가자하는 이 없나 물색하다, 기회가 주어진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결국 혼자라도 가 보자 하는 마음을 먹고, 21일 저녁 가까운 비발디 싸이트 가입을 하고
리프트 렌탈 할인적용권과 버스를 예약했다.
그리곤, “1월 23일 스키장 가실 분 있나요?”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곳에 광고를 냈다.
한 곳에서 세 사람이 반응한다. 그 중 두 사람은 오겠다 한다. 22일 밤 10시에야 통화를 했다.
옷과 부츠를 챙기고, 작은 색(sack)엔 보이차와 과자를 챙겼다. 믹스커피도 몇 봉 넣었다.
처음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타 보았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버스는 한 대도 아닌 여러 대가 가는데, 스키를 타는 사람보다는 놀러가는 사람이 많았다.
옆에 앉은 젊은 엄마에게 “스키 타는 복장이 아니네요?” 하니, 매년 이렇게 모여서 놀이 삼아 가노라 한다.
버스는 많을 때는 10대나 된단다.
9시 조금 넘으니 스키장 도착이다. 10시 30분부터니 넉넉하다.
오겠다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셔틀을 놓쳤고,
한 사람은 사정은 여의치 않았지만, 이 나이에 만나기 힘든 스키친구이기에 어렵게 왔노라 설명이다.
표를 바꾸니 시스템이 몇 개 바뀐 걸 알게 되었다.
내 리프트권은 10시 30분부터 15시까지 새로 생긴 뉴오전권. 그런 시간대도 생겼고, 리프트권도 카드로 되어있다.
그 카드를 겉옷 주머니에 넣고 리프트 앞에서 체킹 하면 바가 열린다. 좋은 시스템이다.
카드를 반납할 때 다시 준다는 보증금제도도 있다.
또, 렌탈시 맡기는 신분증은 렌탈 데스크와 다른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작년 한 해 안갔다고, 촌 스키어가 된 기분이었다.
날씨는 이 겨울 야외활동하기에 딱 좋았다.
리프트 위에선 좀 차가웠지만 오르내리며 닿는 공기와 바람은 상쾌하고 신선하였다.
리프트에선 스키에 대한 이야기와 환상적 오늘의 날씨에 공감하는 대화가 오갔다.
동행한 그 녀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마니아 수준의 스키어였다.
최상급자에선 세 번이나 넘어져 눈폭탄을 맞았다.
넘어져 스키 한 짝이 벗겨졌는데, 스키를 잡으려 몸을 움직이니 속수무책으로 몸이 아래로 계속 미끄러진다.
내려오는 이가 있어야 그 스키 한 짝 짚어달라할 텐데...
동행인은 나 보다 나중에 내려 왔지만 저 멀리 내려가 아래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냥 내려가서 다시 올라와 스키를 짚어줄 수 있는 상태가 되길 바라는 내 속은 모르고, 마냥 바라만 보고 있다.
일어서려니 몸은 더 미끄러져 내려간다. 눈이 있는 사이드 쪽으로 몸의 각도를 트니 미끄러지다 게서야 겨우 그 눈에 의지해 멈춘다.
사이드는 그나마 눈이 있어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저 위의 스키 한 짝을 주워야겠기에 한 짝 마저 벗어 눈을 모아 스키를 받쳐놓고 일어서니 맨 부츠로도 아래로 밀린다.
두 까치 발과 두 손, 네
발로 기어가 스키를 주으니 그제서야 어찌 알았는지 패트롤이 다가왔다.그는 넘어져 아래에 벗어놓는 내 스키 한 짝과 폴대를 주워온다. 어찌 미끄러지지도 않네?
그의 손을 받침삼아, 스키를 신으니 들어가지 않는다. 눈을 모아 받침대를 만들고 헐겁게 조절한 후에야 간신히 신는다.
“가실 수 있으세요?”
“예, 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했지만, 이 만큼 내려오다 또 미끄러져 눈세례를 받고 스키 한 짝이 벗겨지고 했다.
다시 내려오며 균형이 깨졌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도 두 시간을 더 오르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그런데, 넘어져서 더 재미있었다고 생각되는 건 나도 한 수준한다는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