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딸아이 결혼 2 - 어이 없던 반대?

혜아니1 2014. 9. 19. 14:26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가장 신경 쓴 건 건강문제. 예체능 관련해서는 어려서부터 익혀두어야 삶이 윤택하리라 믿어 수영, 스케이트, 스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교습을 보냈다. 가끔 시간을 내 참관하다 보면, 체력 지원이 관건이 된다. 우선 잘 먹어줘야 되는데 딸아이는 유치원이든 학교에서든 제 알아서 시간 챙기고 밥 잘 먹고…… 손 갈 일이 없건만 아들 녀석은 그렇지 않았다. 마시는 건 좋아해도 씹는 건 싫어해 먹이는 일로 애를 태운다. 거기다 툭하면 배탈이 나서 병치레가 잦다. 배우고 익히는 일도 딸아이는 늘 앞서 모범을 보이는데 녀석은 맨 뒤에서 장난치다 허겁지겁이다. 녀석이 키가 덜 큰 건 녀석의 그런 성향이 짙을 진데 나는 어미의 작은 키의 영향이라고 우기고 살아온 거다. 내 열등의식으로…….

  어쨌거나 사위의 그 작은 키는 내가 자식을 키우며 가졌던 통증(?)을 당장 딸아이가 갖게 되리라는 기우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나와 남편은 강경한 반대를 했다. 직장이 대전이라 아이를 기르다보면 생기는 문제를 딸아이 혼자 해결해야 할 때도 많이 생길 거라는 미래의 일을 추론까지 하면서 오만 반대거리를 만들어 한 것도 같다. ^^

  남편은 공보의라는 별 볼일 없는 의사 직함을 가진 아들놈에게 키를 크게 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느냐 묻기도 하고 딸아이에겐 외모도 살면서 참으로 큰 경제성 효율성을 가진다고 설명도 하고 해도 쌈빡한 새 신랑감이 ‘짠’하고 나타나기 전엔 해결되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사람을 사귀어도 혼령기에 만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딸아이의 인연법에 수긍을 하면서도 직장도 지방이고 키도 작고 ... 그 정도 되는 사람은 흔할 터인데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건 속상한 우리 두 내외에게 위로일 뿐 그렇게 저렇게 막연한 기대만 갖고 두어 달을 지났다. 지인들에게 이 문제를 토로해보면 역시 극명한 양 갈래를 보였다.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문제해결보다는 그저 우리들 가슴앓이 해결의 한 방편일 뿐이다.

 

  "저도 많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내린 결론이에요.”

  “내 주위에 스펙이 좋은 사람 많은데, 애들이 좀 신경질적이고 난 척들을 하고…….”

  “엄마, 아빠 마음에도 들고 제 마음에도 드는 괜찮은 사람 데리고 와 봐요!”

  “그 사람 친구들과 같이 만나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됨됨이도 지켜봤어요.”

  “엄마에게 실망이에요. 키가 작다고 반대를 하다니…….”

  “제가 엄마가 선보라 할 때 안 본 적 있나요?”

  해결나지 않는 설전만 벌어질 뿐 아이와의 관계는 서먹해져만 갔다. 딸이 사위감을 만난 건 아이의 모교 교생실습을 같이 한 후배의 소개로 알게 되었단다. 제가 외모 특히 키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점은 아쉬워했지만 별 영향력 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최종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우리는 60년 살아온 경험으로 또 자식을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고…….”라고 결국 선택은 네가 해라 다만 위험(?)할 뿐이다는 암묵적인 압박을 했다. 그런 부모님의 말이 그 아이에겐 얼마나 큰 압력인지 알면서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 시덥잖은 반대를 멈추게 된 일은 “앞으로 살면서 이 사람처럼 성격 좋은 사람 못 만날 것 같아요.”라는 딸아이의 말에서였다. 내 일이 아닌 딸의 일을 내가 좌지우지 하려는 하고 있는 거였다. 평소에 참 션찮은 인간들이나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그 일을 하고 있는 자각이 일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는 황급히 “그렇다면, 그 애랑 해라. 외모보다 됨됨이가 먼저지. 맘에 드는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든 거긴 해!”

  하마터면 큰일을 저지를 뻔한 어리석은 한 인간의 ‘결혼 반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