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의도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공항근처 선착장에서 5분여 배를 타고 들어서면 무의도가 있다. 무의도로 왕복하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단다. 오후 6시면 마지막 배가 뭍으로 귀항한다.
우리 일행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솜씨 좋은 기사 덕에 섬으로 들어가는 3시 15분(?) 발 배를 탔다. 들어가는 시간이 30분 앞당겨져 마지막 승선 6시에는 30여분을 찻속에서 노닥일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5시 15분쯤 일몰한다는 것과 공항 주위 몇 개 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친목회장은 오늘의 가이더요 해설자요 리더였다.
내년 초면 퇴직을 하려 하니 이 직장에서의 마지막 나들이 연수라고 여겼는데, 날씨도 좋아 기온은 따뜻했고 해는 반짝였다. 무의도에 도착해서 차로 5분 걸어서 한 20여 분 가면 소무의도로 들어가는 다리가 있다. 소무의도는 아름다운 섬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바닷가의 바위, 전망 좋은 바다와 해변, 해수욕장 그리고 산. 두루두루 낮은 곳이나 높은 곳이나 바다의 정취를 맛보기에 알맞은 곳이다. 산 정상의 정자가 있어 일몰을 감상하기엔 제격이다.
이번에 옮긴 근무처의 전 4년 간 있던 기관장의 성품이 하질이라 그 분위기에 머물던 동료들이었기에 처음 이곳에 와서 그 삭막한 분위기로 애를 많이 먹었다. 일이 힘들다기보다 업무나 사안이 비합리적이고 비우호적이었다. "여긴 그렇다."는 식의 위로의 말을 적잖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넘어가는 스타일이 또 못되니 장과도 몇 번을 큰소리를 낸다. 그렇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어 이젠 많이 부드러워졌다. 내가 적응한 탓도 있겠지만 동료들도 변화가 있다는 평을 하는 걸 보면 바뀌긴 바뀐거다. 사람들이 얼마나 시달렸으면 지금의 새 기관장이 부임했을 때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환호와 박수를 보냈었단다. 폭정(?)을 겪은 동료들은 그가 떠나고 1년하고도 몇 달이 넘은 이제야 상처를 잊고 옹이를 풀었다. 그런 내용을 회상하며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감정을 쏟아내다 보면 관계가 끈끈해진다. 그날이 그걸 보여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