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살아간다는 것- 세번째

혜아니1 2008. 3. 12. 15:44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생리적으로 남자는 여러 여자를 사랑할 수 있지만

여자는 한 남자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런 주장은 객관적이고 일반화된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리 생각지 않는다.

한 사람만 사랑해야하는 우리의 결혼제도가

자유로운 남여의 사랑을 억압하는 가장 큰 빌미를 준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오랜 세월을 두고 남성이 역사(history:남자의 이야기)를 만든

남성우위 시대에 살았던 흔적(관습)이 이런 풍토를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적차별이 극대화 된 건 이조시대를 거쳐오면서였다.

여성이 비하되어 부속품 정도로 전락했던 때가 이 시기일 게다.

남성 중심의 족보란 것도 이때 만들어졌을 거고...

기록을 보면 고려시대만 해도 성차별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500년 역사에 이정도로 변화가 있었다면

남성우위의 역사가 반만년은 족히 넘으니

이 의식이 바뀌려면 아마도 더 긴 시간을 거쳐야 할 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식 혹은 의식이 초속으로 바뀌는 작금의 세태변화가

그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있음이 한편으로 (여자로서)감사할 따름이다.

 

다시 돌아와서

한 사람만 사랑해야한다는 사실은 1부1처제를 악법으로 만든다.

아내나 남편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거다.

사랑과 불륜이라는 엄청난 차이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불륜은 합법이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비롯되니,

결국 사랑이란 것도 법 아래에 존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랑은 성적인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남성은 여성은'의 문제가 아닌 개성일 게다.

아내도, 남편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를 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내 남편이 아닌 내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건 의무였으며

모든 애증의 문제를 만든 엄청난 구속이다. 

 

다른 남자를 혹은 여자를 사랑한다하여

그걸 잘못이라고 밀어부치기만 하는 것이

옳고 권장되어야 할 일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배우자가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있어

대부분 남자들에겐 암암리에 허용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에겐 허용 되질 않는다. 당사자의 위치든 피해자의 처지이든

남편이 아닌 남자를 사랑한 여자는 이혼을 당해도 당연하고,(보호받지 못하고)

남자는 그저 바람일 뿐 가정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가벼이 용서를 한다)

 

생리적으로라면 가정은 언제나 여자가 지키고 있었는 데도,

배우자가 아닌 이와 사랑에 빠지면

여자는 자식이고 가정이고 다 버리지만,

남자는 끝내 가정을 지킨단다.

가족애가 빠진 가정에서 '지킨다'는 게 뭘 뜻하는지.

재기를 뜻하는 걸까? 아님 변할 것이라는 기대일까?

자식을 위해? 그 자식의 무엇을 위해? 아님 체면을 위해?

이걸 생리적인 이유라 단정짓고 있는 그들에게 웃음이 간다.

 

누구에게나 비중이 더 가는 사람이 있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건 너(아내, 남편)겠지만

혹은 오직 너 하나가 내게 만족일 수도 있지만

그 하나만 사랑해야 한다는 건 그저 제 욕심일 뿐이다.

 

사랑은 자유 속에 있어야 한다. 책임을 동반하는

제 욕심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사랑은 그 가치를 퇴색 시킨다.

그 모든 걸 넘어 다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면

그래서 앞으로의 수많은 난재를 각오했다면,

그건 용기다. 대단한 의지다.

 

나이가 먹으면 여성과 남성의 속성에도 변화가 온다하지 않던가.

'여자가, 남자가' 가 생리적인 것이라면 노년이 되면서 그 성질도 바뀌게 된다는 얘기?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질 수는 있으되,

그러해도 성향도 따라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사랑이란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그에 따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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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5년 정도 결혼해서 같이 살았으면

부부라는 법적 지위에서 해방시켜줬으면 한다. ㅋㅋ

그렇다고 내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남편은 내게 든든한 울타리요 안식처다.

남은 생에도 둘도 없는 최고의 동반자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동반자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인생을 살면서 법과 제도와 관습에 얽매어

본을 잃고 방황하는 그들에게 행복을 위해 마음을 열어보라 말하고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