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 후 3주간은 걷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그는 퇴원 후 2주간을 출근도 못하고 있다. 목발을 짚어야 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의자에 의지해 씻고 먹는 일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을 게다. 답답하지 않냐는 물음에 좁은 병실보다 훨씬 좋다 한다.
그가 퇴원하여 첫 번째 한 일은 인터넷을 열어 병명을 조사한 일이다. 추벽증후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병원 저 병원의 진료와 상담, 많은 약물과 운동처방을 받았었다. MRI 검사도 세 차례나 하고.... 퇴행성관절이니 뭐니 라는 잘못된 판단이 10여년이 지속되었다. 그런 처방에 따라 약을 주면 약을 먹고, 운동을 하라면 운동을 열심히 하였다. 통증은 계속되었다.
이 병은 운동이나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망연해 한다. 그의 경우 사람들 중 30-40% 가량이 가지고 있는 ‘추벽’이라는 것을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다는 거다. 일찍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그렇게 심하게 연골이 마모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운동은 연골 손상을 더 가속화시키는 거였다.
“일상생활만 하고 오래 걷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는 일은 삼가하여 무릎 연골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이다. 조기에 서둘렀음에도 정확한 병증을 알지 못하면 오히려 역기능이 될 수 있다는 게 교훈이지만, 우리 남편 참 억울해 한다. 그런 일이 없으려고 부지런히 병원을 오가며 부단한 노력했건만, 오진이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에 대해.... 그나마 지금이라도 바르게 처리했으니 다행이라는 게 내 생각이지만 상심한 그에겐 좋은 소리로 들릴 리 없어 더 말하지 못하였다.
다리를 못 쓰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그가 했던 많은 일이 다 내 몫이다.
아침에 밥상 차리는 일부터 속속 드러난다. 밥과 수저는 갖다 놓지도 않고 밥 먹으라 하기 일쑤다.
“아참, 밥!” “어, 숫갈도 없네.”
"은행 구워 줘.”
“나 다리 아프잖아.”
“그래도.”
그는 엉덩이로 밀어 부엌으로 갔다.
엉거주춤 냉동실 앞에서 뭔가를 잡고 외발로 서서 은행알을 꺼냈을 거고, 외발로 뛰어 전자랜지 앞에 갔을 거다. 그리고 한 손엔 은행알이 담긴 그릇을 들고 엉덩이를 끌며 다시 내 앞으로 왔을 게다.
“먹어, 식기 전에. 식으면 맛없어.”
악처인지 철부지인지 내도 모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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