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토요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주였다.

내 주 업무보다는 기한이 있는 문서 작성이나 타부서 업무에 협조하느라 정신없던 열흘,

정작 내 업무는 손도 못 대고...

그렇게 지내고 맞은 휴일,

명퇴한 그니랑 낮잠도 자고 비비대며 푹 쉬리라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그렇게 이틀을 있기엔 어쩐지 아깝다.

 

반가운 도봉산행 공지가 있다. 가까운 곳의 일요산행은 없다.

저녁에 있는 동갑내기 모임은 맛 없을 밥 먹고, 잡담이나 나누다 질리지도 않는지 노래방이나 또 갈 테고....

술 못 마시 나는, 가 봐야 고역의 시간일 뿐이다. 

산행이 낫겠다 싶어 ‘갑니다’ 꼬릿글 단 게 9시 50분.

김밥 사들고 택시 타고 도착한 시간은 7분 초과 10시 37분.

멤버들이 ‘예까지 오려면 그 시간(7분) 이상 걸릴 텐데...’ 란 생각으로 사람들을 훝어 보니,

죄다 그 멤버들 같은데, 대장은 보이질 않고... 사실 얼굴 아는 이가 뚜렷이 없어 못 찾겠다 꾀꼬리다.

민초샘으로 포대능선으로 간다 했으니 부지런히 쫒으면 찾을 수도 있겠다만,

릿지화를 착용하라 했으니 험한 길도 있을 테고....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혼자서 올라 볼까?

 

지도를 살피니, 이젠 도봉산 길이 훤하다.

제일 가벼운 코스! 왼쪽으로 보문능선을 타고 주욱 오르면 우이암에 이르고,

다음 옆길로 해서 원통사로 해서 그 아래 방학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우리 집!

애초에 혼자 오를 산이었으면 이렇게 무겁게 김밥이며 보온병이며 준비하지 않아도 될 것을.....

스틱에 아이젠에... 배낭이 무겁다.

 

처음 시도하는 나 홀로 산행!

쉬엄쉬엄 한발 한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즐거움도 있다.

 

한참 오르다, 편편한 돌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을 즐기는데,

한 60 넘어 보이는 노인이 앞에서 찬찬히 본다. 그러더니 옆 빈자리에 앉더니 그야말로 작업이다.

혼자 오셨습니까? 내일도 오실 겁니까? 다음 주에 같이 오면 안 될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용기가 가상하다.

“죄송합니다.”란 말을 남겨주곤, 유유자적 사람들 틈에 끼어 오른다.

 

스틱을 다둘 줄 몰라 엉뚱한 부분을 돌리려 낑낑 맸다.

지나가는 사람를 붙잡고 부탁하니, 아닌 곳을 풀려 힘만 들인 거다.

대를 잡고, 잠그는 것도 풀다 잠거야 하고, 푸는 것도 풀다 잠가야 한다는 걸 그제야 배운다.

 

남편의 무릎이 성하면 이리 혼자 오르진 않았을 게다.

참 딱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기대치 않게 일찍 귀가한 마눌에게 말한다

그런 남편을 위안하느라 뽀뽀 공세를 핀다.

그는 소파 한 쪽에 딱딱한 의자를 더 놓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기엔 물렁한 소파보다 편하기에.

나는 그 의자를 왕좌라 칭한다. 그 옆은 내 자리다. ‘애첩의 자리’라고....

 

스스로를 안스러워 하는 그대,

내 있는 세상에,  크고 든든하여 어떤 어려움에도 기댈 수 있는 안식처임을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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