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 아들놈과 아침상도 같이 못하고, 나만 쏙 빠져나온 그 아침.
그래도, 이때쯤의 계절을 즐기는 건 다 용서가 된다.
코앞에 명산을 두고 2시간이나 갈아타고 서서 도착한 곳 '용문'이다.
기사분의 말의 의하면 , 최고로 차가 밀린 날이란다.
버스정거장의 긴 줄을 기다리고도 밀리는 도로를 가야하기에, 원래 소요될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릴 거라는데,
노련한 대장이 있는 산행 이래저래 좋다.
기다리지도 않고, 중원리까지 40여분 버스 길을 예약한 식당차를 불러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기대 만큼의 흡족함이 달리는 길에도 채워져 있다.
꽃단풍이 계곡을 끼고 오르고 내리는 산 속에 만연하다.
봄꽃이 만발한다 하여도 이 색채를 따를쏜가?
이런 가을이 있음에 달 가고 해 지는 것도 슬프지 않았다.
능선 길엔, 이미 낙엽들을 내려놓고 월동 준비를 마친 참나무들 가지가 앙상하다.
습기도 없이 바싹 마른 잎은 발밑에서 바삭거린다.
전 날 비가 왔음에도 하늘과 닿은 능선의 바람은 축축함도 흩어지게 했나 보다.
급경사를 내려오며 긴장! 바쁜 걸음은 민폐를 몰고올지도 몰라 버벅거림이 더한다.
그렇게 비탈길을 돌바닥을 개울을 딛고 딛으니, 시리고 아린 단풍 꽃이 오를 때보다 더 흐드러져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다음 주면 이 엽화(葉花)도 사라지리라.
집에 오니 9시다.
"다녀왔습니다."는 인사에 답하는 남편,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기타를 치며...
무릎이 시큰거렸다. 피곤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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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 그 산자락의 홍홍황황(紅紅黃黃) 그리고 맑은 물과 따사한 햇볕 속에서 충분히 행복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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