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오후 늦은 결혼식 참석이 연이어 있었다.
일요일 산에나 갈까하는 일도 몸 생각하다보니 이래저래 물 건너 간다.
토요일 아침, 남편은 '마골피'라는 닉을 가진 스키어모임의 리더가 기다린다며 양평을 가겠다더니,
종일 비 오고 비 온다는 예보에 포기한 게, 오늘 이 마눌을 모시고 출두다.
마대장은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몇 년만에 그를 본다.
인품이 좋고, 예절도 바른 마대장은 우리 나이로 50이 된 solo다. 언제 봐도 편하고 반갑다.
강바람이 잦았다. 바람으로 일렁이는 강물을 그들은 '바다'라고 칭했다.
잔잔한 강물이라면 스키어들은 겨울 추위도 가리지 않고 물을 가른다.
스키어를 태울 배는 바람에 혼자 출렁인다.
종일 강물만 관찰하다 실망하고 돌아서는 스키어들이 있지만, 나는 그 바람도 좋다.
꽃은 활짝 피었고, 연녹의 새순은 그 모습이나 색과는 다르게 땅을 비집고 겨울눈을 깨뜨리며 일어서고 있다.
하지만 바람은 아직 겨울내를 품고 있다.
멀리 산자락에 유록(어린잎의 색)이 아른 거리고, 가까이 도로변엔 개나리며 벗꽃 잔치다.
스키장으로 이르는 길이 4대강 사업으로 잘 정비되었다. 바지선을 벗어나 강을 따라 긴 길을 걸어본다.
슬픔 아픔이 사라졌다. 그리움도 사그러졌다. 기대 두려움도 없어졌다. 이렇게 덤덤한 지금이 좋다.
강하에서 서종으로 이르는 강변엔 이전에 없던 차량과 인파로 북적인다.
길이 막히면 비잉 돌아 갔던 이 길도 이젠 나들이 인파로 붐비니, 나랑은 추억의 길로 멀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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