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상견례에서 안사돈은 예단는 신경 쓰지 마시고 간단히 합시다를 연거푸 하셨다. 나 역시 결혼식만 간단히 올리자는 모토가 있으므로 당연히 그럴 거라 답하였다.

  우리 내외는 아이들에게 결혼 자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놓은 적이 있던 터라, 혼수든 예단이든 가능하면 혼인 당사자인 딸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그렇다해도 제 알아 하기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직장일도 바빠 그런 걸 찾아보고 물어보고 할 틈도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처지는 아니다. 그래서 혼인 절차를 찾아보고 예단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흐름은 대강 알겠지만 집집마다 상황과 형편이 다른지라 똑떨어지는 답은 없었다. 세간의 절차를 굵은 줄기로 참고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을 투입하여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사돈댁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현금으로만 하기로 하였다. 남편과는 얼마를 넣을지 어떤 방식으로 할 지 이야기를 나눴지만, 거의 Okey 연발이라 부담 없이 내 의도대로 진행 할 수 있었다. 딸아이도 그저 부모 하는대로 시키는대로일 뿐 직장 오가기도 바쁜 날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결혼식 때 폐백은 하지 않겠다고 사돈댁에서 언지도 있고 우리도 함도 받지 않겠다 했다. 내친김에 이바지 음식도 서로 하지 말자 합의 한 지라 결혼식을 앞둔 다른 혼주와는 다르게 한가한 시간이 흘렀다. 

 

  딸아이가 휴가를 다녀온 주 토요일, 결혼을 앞 둔 40일 전쯤에 예단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추석과 겹치다 보면 또 더 늦어질 것 같기도 하고 절차상 필요한 일이라면 얼른 해치우려는 의도도 컸다.

  검색해 본 신부댁 격식에 의하면 예단금과 예단 목록지를 봉투에 넣고 그 내용은 푸른색 보에 넣고 예단물품과 함께 보내야 한다. 우리는 예단 물품은 생략했다. 격식을 갖춘 한지 봉투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서 예단금 봉투 위에 겉지처럼 싸은 목록지를 보에 넣었다. 그리고 그 보만 달랑 드리라 하기 뭐하여 한과를 준비했다. 한과는 추석을 앞둔 터라 고른 것이었고, 푸른 보가 아닌 붉은색 보는 동창생 전시회를 관람하러 인사동에 갔을 때 필요할 것 같아 구입했었다. 한마디로 내 맘대로 격식이다. 

  예단을 받은 사돈내외는 우리 내외에게 잘 받았다는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정확히 일 주 후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어 봉채를 보내왔고, 거기에 별도로 딸아이 몫의 봉투도 덧붙여 왔다. 푸른보에 한지봉투를 싸고 또 스카프를 넣는 케이스에 그 보를 넣었다. 그리고 백화점에서 구입한 굴비와 함께 왔다.

  딸아이는  “저는 받았는데, 사위한테는 안 줘요?”라는 말에 화들짝! "아니, 카메라는 네가 사준게 아니니?" 서로 주고받은 게 있는 줄 알았던 나는 황급히 같은 금액을 사위 계좌로 보낸다.

 

   "제 친구들이요, 결혼 앞두고 참 많이 싸운데요."

   "사돈끼리? 아님 결혼 당사자가? 혼수땜에?……"

   "아니요, 지네 엄마하구요. 많이 받으라구 한데요, 많이 받을 자격이 있다구요. 정작 엄마들은 잘(많이) 해주지도 않으면서요."

  자식 혼인시키며 들어가는 비용, 명확하게는 저희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아들 가진 부모들 집문제로 허리가 휘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결혼이 늦어지고, 아기도 늦고, 또 적게 낳으려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경애와 실질을 숭상하고…….'라는 귀절의 적용은 어느 시점에서도 합당한 방법이란 생각이다.


  "살림살이는 필요하다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둘이 상의해서 하나씩 하나씩 장만해라."

  그 한 마디로 남들은 다 한다는 친정어머니의 신혼 살림살이에 대한 훈수도 버렸으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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