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트레킹 중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한다. 총 15km 맥키넌 패스(Mackinnon Pass)로의 지그제그 오르막길과 그 이후에 내리막길이 있다. 여기를 지나려면 눈과 비로 애먹기 일쑤라는데 행운이다. 날씨는 좋았고 해와 구름이 비껴가며 이루어 내는 풍경이 기가 막혔다. 나는 꽃보다 이렇게 장대하고 아련한 산하의 모습을 갈망한다. 펼쳐졌던 맥키넌 패스의 풍경은 내 주문대로 풍경을 연출해내는 듯했다. 빼어난 풍치와 걷기에 딱 좋은 날씨! 더할 나위 없는 트레킹의 경지였다.
점심 먹고 내려오는 길은 또 혼자가 되었다. 깨비라는 닉네임의 몇 살 아래 친구와 내려오다가 한참 앞섰을 일행과의 일정을 생각하니 내 느린 걸음보다 더 느린 그녀와의 동행이 어찌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몇 발자국마다 요구하는 사진 찍어 주기도 부담도 잠시, 주황색 기둥 아래 울퉁불퉁 돌바닥을 힘껏 그러나 조심스럽게 딛던 발바닥의 느낌에 몰입하다 문득, 깊은 산 속 저 한참 뒤에도 저 멀리 앞에도 인적은 없다. 다만 구름이 싸고도는 암벽과 들판이 뿐이다. 스믈거리는 서러움, 그렇게 완벽한 순간에 오는 슬픔이라니 아직 내 심지의 바닥엔 미성숙의 뿌리가 휘청거리고 있음이다.
어디 홀로 걸음이 이 순간뿐이었더냐? 다시, 조심스런 발 딛기가 이어지니 트랙커들이 보인다. “hi!, hellow!” 인사와 “Can I take your picture?” 하며 서로의 사진기를 주고 받는다. 다 내려와서 결국 넘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한 사람은 자유 트레킹(Independent walk) 팀의 젊은 여성이었고, 한 사람은 우리 50명 중 한 중년의 여성이었다. 넘어진 그녀를 보고 “I am sorry!” 위로의 말을 건네니, “Thank you.” 한다. 결국 그녀는 뼈가 부러져 헬기로 운송되었다.
퀸튼 로찌에 닿으니 대장을 비롯한 일행이 폭포를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방을 안내받고 게서 1시간 왕복 코스인 Sutherland 폭포에서 흩어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환호를 토한다.
어려운 코스가 지났으니 한결 안심이 된다. 아름다운 산 속의 아늑한 퀸튼 로찌에서는 4인용 침실에 둘이 배정 되었다. 모든 게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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