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남편의 지론이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아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절망적이었을 거다. 앞 뒤 다 막힌 벼랑 위에 서 있다고 여겨졌을 거다.
그를 죽도록 사랑하는 그의 아내도 그랬다는 걸 그는 알까?
그녀는 갈림길에 섰고, 하나를 선택 했어야 했다? 그 선택이 옳든 그르든, 맞던 틀렸든.
그리고 어떤 선택도 아픔이란 걸 인지하고 있던 그 절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제 자리가 있는데 왜 그 끝에 서 있느냐고 질책하지 마라.
선택한다는 건 사람이 아니고, 길을 가리키는 거다.
시간이 필요했다. 삭힐 시간.
그 완벽한 행복을 다 밀고서 덮쳐오는 무미한 이 삶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생을 두고 추구하던 그 사랑이란 겨우 그런 거였다.
죽음도 두려워 할 것 같지 않았던 사랑은 단지 이상일 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원하던 상황이라는데, 행복했어야지.
행복하다고? 천만에, 미칠 만큼 고독했다. 내 위치가 있다하므로 더 고독했다.
인식의 굴레에서 방황하는 그들과 나를 감지했을 뿐.
그래서 모두, 하잘 없는 것에 메여 사는 인생일 수밖에 없다는 것.
사랑하므로 누릴 그 찬란한 아름다움도 기쁨도, 사실은 없다는 것.
그저 욕심이라 일컫는 추함만 남게 된다는 것.
분명했는데... 그렇게 왜곡되어 갔다.
그 실체들은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서 더 깊게 보여졌다.
그런 사실들은 참으로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세상이 말하는 정위치로 돌아와야 했다.
그들의 규칙으로, 다시 있던 자리에 놓여졌다.
그들의 규칙으로, 아무런 손상도 없이.
그러나 내 규칙 속에서
몹시 슬펐다. 살아간다는 것이 그러함으로.
그리고 또한 매우 기뻤다.
그러한 것들을 앎으로써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나'를 확신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