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죽기보다 싫어하시는 어머니는 퇴원을 학수고대 하셨다.

퇴원을 매우 기뻐하셨지만 혼자서는 앉으시지도 못하신다.

병원에선 앉힐 수 있고,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침대도 있었지만,

돌보료를 침대로 쓰고 있는 어머니 댁에선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앉혀야 하고 서시게 해야 하므로

간병하기가 참으로 수고스러울 수밖에 없다.

얼마나 오래 간병인이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고, 간병인이 잘 있어 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씩 와서 간병을 한 올케 둘은 더 부를 생각도 없지만, 보아하니 절래절래다.

병원에서 퇴원 후 간병을 걱정하여 의료시설에 모시겠다 말을 비췄더니 펄쩍 뛰신다.

 

병원에선 두 분의 간병인이 있었는데,

한 분은 40대 중반의 훤칠한 외모의 멋쟁이였고,

그 분이 주마다 쉬는 날 와 주시는 또 한 분은 환갑이 넘은 아주머니셨다.


처음 간병할 분이 왔을 때 검은색 코트에 긴 부츠를 신은 세련된 모습이었다.

오자마자 ‘인건비가 싸다’는 말로 시작하여 다소 거부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그분은 어려서부터 간호를 좋아하여 간호사로도 일한 간병 베테랑이다.

특히 노인들 병수발 들기를 마다하지 않고 솔선하던 사람이란다.

주에 한 번 쉬는 날은 빠짐없이 시골 시댁에 가 시부 간병을 하는 효부이기도 하다.

환자의 쾌유를 돕기 위해 한 수저라도 더 드시게 하고,

한 발이라도 더 움직여 설 수 있게 최선을 다 하였다.

간병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여력이 되지만,

집에서 노느니 유학 간 딸아이 용돈이라도 보태려, 또 일이 싫지 않아 계속 한단다.


주에 이틀간 와서 봐 주시던 또 한 분은 딸 아들 다 출가시키고,

친,외손주도 있는 60대 노인이었다. 며느리가 교사란다. 아들도 공직에 있고.

아들에겐 집도 사주고 며느리에겐 차도 사주는 능력있는 어머니다.

자식에게 신세지지 않으려 애쓰는 분이지만

용돈을 주지 않는 아들내외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쓰려지게 된 원인은 전해질 부족 특히 소금(na와 cl) 성분이

기준치보다 현저히(기준135인데 105-9정도) 낮은 데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었다.

이전에 기력이 쇠하여 입원하셨을 때도 염분부족이 원인이었다.

노인들은 이 전해질 부족으로 기력이 쇠하여 돌아가신다고 한다.

 

극히 쇠하여 기력이 없으니 외과 수술도 늦춰지고,

na 수치를 올리기 위한 내과의 투약과 처방을 열흘이나 한 후

더 이상 진전이 없어 외과 수술을 하게 되었다.

외과나 내과나 의사의 처방으론 더 이상 진전될 수 없고

환자의 의지로 잘 먹고, 운동하여서 몸을 회복하여야 하는 단계에 이르러 퇴원이 가능했다.


입이 깔깔하고 맛이 쓰기도 하다지만, 입에 맞지 않다며 도무지 잘 드시지 않는 어머니.

다른 사람의 형편은 생각지 않고 내 불편함은 강하게 나타내는 어머니.

의사의 처방이나 사람들의 충고는 당신의 불편함 뒤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다.

그런 어머니를 뵈면 내 심상이 뒤틀리기도 한다.

나는 어머니의 그 참을성 없음과 배려 없음에 대해 맞받아 대드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불편한 노모에게 그러면 되겠느냐 충고하는 이가 있다 해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런 내가 어머니 옆에서 간병한다면 나도 지치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힘드실 게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와 부딪히며 살고 있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에겐 왜그리 미안한지.

예닐곱살이나 연배도 위이신 참을성 많으신 시어머니와 비교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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