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3월로 퇴직을 한다.

보수보다는 명예를 앞세워야 하는 직업이었지만,

명예로움 보다는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게 우선이었단다.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스스로 한심해 하는 그는, 몸관리나 하며 쉬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같은 직장의 동료들도 뜻밖이라고 생각하는 퇴직을 결정했다.

나는 '뜻대로 하소서'다.

 

술을 거의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이 한국에서, 그 격동의 30년 사회생활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동안 그의 직장에서 제공하는 콘도나 연수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은 그 마지막 날이 된다.

라운지에서 보는 설악이 참 아름답다.

마지막이니 좀 늦게 퇴실하자 해도, 아쉬움도 없나보다.

 

돌아오는 길은 전과 다르게 한계령을 넘었다.

황사로 내가 몰고 있는 차는 재 먼지를 뒤집어써 가관이다. 

추위와 눈이 잦아 3월이 전 같지 않아 꽃은 멀다만,

산은 백설을 담아 그 잘 생긴 골격에 광채를 더한다.

 

잠자리가 불편하면 움직이지 않는 이 마눌을 위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한 달에 한 번의 여행을 마련할 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아니, 기대치 않고 있는 게 더 나을 듯도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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