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솔솔 부드럽다.
사흘 사이에 두물머리 강물이 많이 녹았다.
혹한에 꽁꽁 얼었던 그 넓은 얼음층이 봄기운에 흔적이 없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늘 작아질 수 밖에...
야밤에 (갱년기 증세로) 밤새고 아침녘에 잠드는 일이 잦아
이래저래 한 달 가량은 아침상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늦어도 7시면 기상하는 그는 알아서 음식을 먹고, 외출이다.
제사로 큰댁에 갔던 오늘 아침에도, 큰동서 작은동서가 차린 밥상 앞에서 남편이 부른다.
일어나 앉았다 세수라도 하려다 화장실 차례가 안됨을 핑계로 엎드려 있었는데.. .
둘만 있던 집도 아니니 안 먹는다 하지도 못하고, 내키지 않으면서도 먹어야 하는 눈치보이는 조반이었다.
영락없이 한심한 며느리인데, 그 남편 지긋이 덮어 주는 얄미운 년이 되었다.
자고 싶음 자고 먹고 싶음 먹는, 몸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으른 나 같은 사람, 일이 없음 쉬 늙지 않겠나 싶다.
아들 녀석은 만기도 되기 전 이사를 서둘렀다.
말하면 술술 원하는 대로 되는 줄 알고 있는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이다.
설 다음날부터 이사하는 그 금요일까지 17과목이나 되는 시험에 매달려있었다.
시험 때문에 설 쇠러도 못 갔는데, 공부는 커녕 무지하게 앓았단다.
의사선생님께, 공부도 할 수 없고 너무 아프고 피곤하여 괴롭다 하소연 하여 특별 투약, 주사 처방을 징하게 받았단다.
이사하는 날에도 짐 정리하다 침대에 쓰러져 저녁도 거르고 누워있었다.
3주가 다 된 이젠 쾌적한 방에서 새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안부다.
바꾼 컴때문에도 신이 나있다.
이사하며, 비치되어있지 않던 전자렌지와 비데기를 설치했고,
메인보드인지 사운드카드인지 고장이나 소음으로 거슬리던 컴퓨터도 신형으로 바꿨다.
삶을 윤택하기 위한 시설은 좋지만, 낭비는 안 된다 하였다. 녀석도 긍정적인 대답이다.
제 사촌 누이들은 넓은 집을 싼 값에 세를 들어 물세고, 얼고 덥고 춥고 고생고생 한다는데 것도 녀석의 복이다.
딸아이는 서울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플랜트 부분이 울산에선 경쟁에 뒤쳐져 회사에서도 단안을 내린 것 같다.
빠르면 상반기에 입성이다.
봄이 되었으니, 농사 준비를 위해 남편은 한계리 밭을 먼저 다독여야 할 판이다.
한계리 밭은 뒤로 설악산을 보이고 앞에도 모양새 좋은 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칩엽수가 많아 그가 좋아하는 피톤치드는 무제한 무한정!
그러나, 수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기도 했다지만, 워낙에 돌이 많은 불모지인 곳이다.
돌을 걷어내는 일도 크거니와 거친 풀들도 뿌리 채 뽑아야 하므로, 한참을 다독여야 한다.
흙도 몇 차 채워야, 씨 뿌리고, 모종과 묘목 심을 수 있겠단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땅을 누릴 건지 정보를 얻느라 열중이다.
집을 지을지 말지는 한 두 해 두고 보자 충언하였다.
그래도 가까이 쉴 공간이 필요하기에 근처에 집을 마련해보자 상의하였다.
이 마누라가 시골 생활을 반기지 않으니,
어느 정도까지 해 둬야 적정한지 감이 서질 않나보다.
어쨌거나 그의 뜻대로 효과적인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렁저렁 2월도 막바지다.
긴 겨울 하는 일도 없이, 종종거리기만 했다.
이번 겨울 추위가 깊었으니 2월에 못간 스키장이나 갈수 있을 거라 기대 했는데..
어느 틈에 후딱 지나 3월을 맞게 되었으니...
21일 꽁꽁 얼었던 두물머리
한계리 밭
한계령에서
25일 두물머리 며칠 새 다 녹은 강물
한계령을 넘어
속초 그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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