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어제 밤 12나 되어서야 도착했다.

  먹는 건 만족스러웠단다. 이태리 음식은 입에 딱딱 맞았다나.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었단다. 우리랑은 딴판이다. 먹는 일로 괴로웠던 여행이었었는데... 녀석의 식성은 좀 서양식이다.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피자를 좋아하고... 아빠가 country 출신인 우리집 식단은 순 한식이 주류다. 아침은 영락없이 밥과 국(혹은 찌개)이다. 그런데도 그렇다.

  배네치아에선 숙박비가 아까워 하루는 노숙 수준으로 거리 배회 했단다. 그 영향으로 다음날 유스호스텔인지 한국인 민박에선지 퍼져 잠만 잤단다. 막 쓰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우리 부부는 놈의 경제 관념에 대해 좀 부정적이다. ㅎㅎ)

  현금 백만원 환전, 비행기표 약 100만원, 카드 사용 미화 946불 녀석이 쓴 총 경비다. 사 들고 온 선물 포함하여. 이태리산 10년 된 와인도 한 병 사 들고 왔다. 지가 마실 거란다. 와인을 좋아한단다. 이번 경비는 자비부담이라 약속했다. 다음 유럽 여행 경비는 부모님이 내 달란다. 녀석이 내게 주어야 할 돈은 환전한 돈과 카드 사용액이다. 2학기간 벌 돈을 선불해 간 셈이다. 용돈은 어쩌려나?

  위험한 순간도 없었고, 어려운 순간도 없었단다. 이탈리아에서 스무날, 오스트리아에서 이틀. 오가는 비행기에서 하루씩. 스무 사흘을 밖에서 보내고 왔다.

 역사나 성경과 관련된 곳에서는 지루했단다. 사전 지식이 없어서인지. 그러나 현대미술관이나 두 편의 오페라 관람은 좋았단다. 원형경기장에서의 아이다는 그 규모의 웅장함에, 라트라비아타는 세련된 솜씨에 매우 만족스러웠단다. 관람료는 좌석에 따라 엄청 차이가 났단다. 좀 좋은 곳에서 봐서 게선 돈 좀 썼단다.

  돌아오는 항공기(Jal왕복)에서 옆자리 또래의 일본인과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영어보다 일어가 훨씬 의사소통이 쉬웠단다. 일본 면세점에서도 그랬단다. (외국어)고등학교에서 1년 배운 실력이다. 게임이나 일본 만화를 많이 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음란물도 많이 받아본 걸루 안다. ㅎㅎㅎ

  이태리 밀라노에 민박집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에 사는 한국인 영향으로 다음 여행은 아르헨티나를 가고 싶단다. 또 일본인에게서 들은 정보로 이번 겨울에 홋카이도 스키여행을 가잔다. 아빠에게. 경비는 아빠가 부담하실 테니까. 그렇담 엄마도 가야지. 스키라면냐 .... ㅎㅎ


  녀석의 여행에 대해 의식적으로 무심하려 하였다. 가고 난 다음 놈의 한심한 방 정리 후, 어디 묵는지 뭘 먹는지 관심이 없었다. 가는 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언제 오는지 아시느냐 묻고 가르쳐 주긴 주었는데.... ㅎㅎ. 녀석도 현지에 가자마자 잘 도착했다 나눈 제 누나와의 메신저와 초반에 보낸 엽서 한 장이 전부였다. 오기 전날 같이 간 놈의 친구 어머니로부터 못 받은 두 번의 전화와 나중에 펴 본 메시지를 보고야 올 날이 되었다는 걸 알았었다. 놈의 친구 녀석도 집에 통 연락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빠는 손꼽아 기다렸단다. 괘씸해하며....ㅋㅋㅋ)

  우리 때랑 살아가는 세월이 다른 요즘 아이들이다. 더 자유롭고, 풍요롭고 넓다. 그에 따른 책임도 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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