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간이 난다는 화요일로 날을 잡아 동해 속초로 길을 나섰다.
해외여행은 성수기 비용, 오가는 절차, 여행지 선정 등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만만찮기도 하니 아예 엄두도 못내고,
그 하루 날짜 잡기도 쉽지 않았다.
죄다들 화요일이 편한가보다. 정화도 희순이도 또 현순이와 행남이도 화요일 날 보자했다.
화요일만 시간이 난다는 남편을 보고 딸아이 하는 말, “아빠, 바쁘시네요.”다.
진짜 바쁜 사람이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그래도 바쁜 백수라서 좋다.
늘 가는 속초, 양양, 거진... 어쩌다 가는 강릉, 주문진 정도지만 만만하니 또 그곳으로 발길이 닿는다.
석 달 만이다. 작년 10월 무릎을 다쳐 절뚝거리며 갔던 주전골과 영랑호는 이번에도 들렀다.
미시령을 넘어 속초에 이르니 아직 해가 남았다.
영랑호를 한 바퀴 돌고, 바닷가 전망 좋은 영금정에 가니 달이 떴다.
산엔 눈이 덮여있고, 갈매기는 어시장 위를 무리지어 난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인증샷!
짐을 풀고 다시 나오느니 저녁 끼니까지 해결하고 들어가 쉬는 게 좋겠다 싶었다.
속초에 들르면 한 끼는 먹게 되는 그 생선구이집이다.
회를 썩 좋아하지 않는 마눌이 있고,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이 있으니 만만하게 갈만한 집이기도 하다.
저녁까지 해결했으니 짐을 풀고는 따뜻한 온돌에서 내내 뒹굴거렸다.
아침 일출 시각이 7시 40분이네 하니, "그 해가 그해지 뭐."라는 남편.
그렇지! 그 해가 그해 맞다만, 내가 보는 해는 그 해가 그해 아니다. 늘 새로운 해다.
느낌, 상황, 장소도 다름은 물론이고 볼 때마다 새로와 어김없이 감탄하게 하는 일출이요 일몰의 해다.
7시 20분에 알람을 맞추고, 늦도록 TV를 보다 잠자리에 들었다.
옆방엔 젊은 사람들 네 명 정도가 온 것 같다. 새벽 4시까지 시끄럽다.
가끔 "딱!"하는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도 난방기가 가동하며 생기는 소리였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알람이 울리는 시각 일어나려니 힘들다.
"불좀 켤게요."하며 바스락 거리니, 그도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혼자 갈 게, 옷 입지 마셔!" 귀찮니즘을 무릅쓰고 나설 그를 생각하여 후다닥 문을 나섰다.
이 만큼 같이 살았으니, 그를 모르랴. 별 흥미 없고 귀찮아도, 메너와 배려심으로 일어서 눈비비고 나설 그다.
마누라에게 한껏 신뢰를 받는 이니, 남편으로서 성공했다고 보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그의 일이고, 어쨌거나 나는 그에 대한 믿음으로 행복하다.
일출을 보며, 80년 여름에 보았던 그 아침 해만큼 장엄하다고 생각을 했다.
광채나는 붉은 점 하나가 쑥쑥 올라오며 커지더니, 바다에 황금 길을 열고 덩그러니 하늘로 솟아선 다시 작아졌는데,
어둡고 희미하던 대지는 하늘 아래서 아니, 하늘을 포함한 보이는 온 세상 모두가 분명한 형태와 색깔로 드러난다.
태양의 위대함이 새삼스럽다. 그 밝음의 무한대에 탄복한다.
그동안, 남편은 아침요기를 위해 가져온 고구마를 쪄 놓고, 사과를 깍아 식탁에 놓았다.
이후, 바닷가 도로를 타고 펼쳐지는 바다에서 아름다움과 평화를 누렸다.
그리고 주전골!
기어이 산을 오르며,
다시 건강해진 다리와 기다려주는 남편과 그리고 홀로 다 가질 수 있던 눈 앞의 광경에 고마움과 감사함이 절절했었다.
영랑호
영금정(동명항)
주전골
주전골 용소폭포
한계령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