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퇴원을 하셨다. 막내가 가서 퇴원수속을 한다해서, 그러라 했다한참을 비워둔 어머니 댁의 난방도 돌리고 온돌도 켜놓고……. 늦잠을 더 자려다 일어나 들러본다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침대도 설치했다그렇게 휘둘러보고 집에 오니 메시지가 뜬다. 병원비 지급한 카드 사용액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자각하지 못하는 타인 괴롭힘증이 싫어잔소리로 들릴 싫은 소리 몇 마디 했더니, 31일 드디어 대노한 어머니는 전화로 악담을 퍼부셨다그러고는 바로 불편한 몸을 끌고 길 건너 우리 집으로 한 달음에 오셔서 대문을 내리치며 문 열으라 호통이다.

 

조용하던 집안이 다투는 언성으로 시끄러워졌을 게다창피함보다 앞서는 것은우리 집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사람들이 잠깐 스쳤고, 그보다는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가 폭발이다.

 

우리 어머니에겐 감수해야 할 늙음도 병도 없어 보인다어찌 그 고통을 짐작하지 못하랴. 오죽하면 저럴까 이해도 하지만, 그 행태는 도를 넘는다가까이 당신을 돌보던 모든 이는 그 표적이다특히 동생인 이모에겐 더 심했는데 그래도 이모는 힘닿는 데까지 언니를 돌보시는 집착처럼 강한 애정이 있으시다이모에게 그렇게 대한 적이 여러 번이라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 설 지난 다음 날 힘은 들어도 호출 명령에 방문했는데, 한 번 더 그 호된 악담을 들어야 했단다그 이야기를 듣고 더 찾아뵙기 싫었던 이유도 없지는 않지만매일 가던 어머니댁에 한 열흘 발길을 끊었다.

 

당신 몸이 아프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주물러라.' '밤에 뭔 일 날까 무섭다.'며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셨다의사가 주는 처방전은 무시하고 당신이 조제한 약을 드시고, 식사하고 1초도 못 견디고 누워서 갖게 된 식도염도 다 남탓이다설날에는 사위를 포함한 우리 네 식구가 세배 차 갔더니, 아래 여동생 야단을 치려 안달난 사람처럼 으르렁 거리셨다모든 걸 용서하고 덕담을 나눠야할 자리에 늦게 왔다는 이유가 시작이시다.

 

어머니의 앓는 모습, 충고를 듣지 않고 제 하고픈 대로 하시는 행동거지, 사람을 불러놓고는 보면 야단이나 쳐대는 그 모습이 보기 힘들어 그 몇 날 발길을 끊었더니 남편보다 더한 의지처였던 나의 부재는 그 어머니의 급한 성정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그나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가 흩어진다.

 

자신의 불편함만 보이고 다른 사람의 들의 괴로움은 전혀 읽지 못하신다우리 부모는 왜 저럴까평생기도하며 사셨다 시더니, 저 모습이 무언가 싶다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필요한 존재, 늘 읊어대는 만인구제는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이모에게 퍼붓던 그 서슬퍼런 칼날 내용이 내게도 퍼부어진다그 악다구니가 무섭고 힘들었던 건 아니다그런 모습을 보이는 그 어머니에 대해 멸시를 퍼붓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난 거였을까? 그 어머니의 그 딸! 언성은 말할 것도 없고 패륜과 패악이 두 모녀간에 극이 닿았다.

 

그리고 두 달이 다 됐다어머니는 입원하셔서도 안하무인 의료진들조차도 설레설레 젖는다그렇게 퇴원하고 다시 입원하여 재수술……병원비는 내가 낸다고 해도 간병비가 없으니 이 애 저 애에게 전화해서 간병비 내라신 모양이다간병인비도 당연히 부담하려 맘먹고 있지만 급한 성격에 마음이 앞서 여기 저기 힘을 쏟고 계신 거다. 그래봐야 자식들 밖에 없지만 말이다사는 게 녹록찮은 동생들도 시름이다그걸 알고 있음에도 걱정 말라 말도 안 하고 내버려두었다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와 고마움이 있다면 저렇게 행패를 부리며 앓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착한 동생들은 저희 둘이 돈을 마련해서 간병인에게 간병비를 준 것 같다좋은 일 하는 거 말릴 일 아니다 싶어 내버려두기도 하거니와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간병비 내느라 힘겨울 걸 짐작이라도 하시라 기척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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