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등교시각이면 열 체크 하느라 초중고대학생 모두가 그 대상이다.
가는 곳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고,
몇 명이 죽었네, 휴교네, 플루로 아파도 출근해야하는 직장인들이 어쩌네 저쩌네.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앞에 일이 닥치기 전엔 남의 일이 되는 게 세상일이다.
딱 내 앞에 떨어졌을 때가 이르던 늦던, 부딪히게 되면 할 말이 많아진다.
그렇게 수선을 피울 만큼 위험한 질병은 아니라는 생각
그렇게 난리 난리친다 해도 막상 가서 보면, 참 허술하게 처리되고 있더라는 것.
막상 당하고보니, 당한 개인의 문제일 뿐이더라는 것. ㅎㅎ
목요일 상가집에 갈 일이 있어 돌아오는 길에
몸이 아파 힘들어하는 아들놈을 픽업하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오는 길부터 몹시 힘들어 하며 아침나절엔 단순 감기라던 녀석이 말이 바뀌었다.
약을 먹어도 열이 내리지 않고 힘들어 하여,
자정이 다 되어야 달려가게 된 동네 거점 병원. 명색이 종합병원이다.
신종플루라 하니, 보조원쯤 되는 여자분이 구식체온계와 혈압계로 체온과 혈압 체크다.
그리고 한참 후에 인턴쯤 되는 의사선생님 와서 하시는 말씀
“휴가 중이라 검사 후 결과가 나오려면 5일이 걸립니다.” 어떤 처방도 없이 단순히 그 말씀만.
처방을 바라고 갔던 우리는 당황할 밖에.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면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질 조치를 기다렸건만 이게 뭐야?
힘들어서 오밤중에 달려 온 환자에게 결과 전에 아무 처방도 못한다는 건가?
서울대병원이나 연대병원 몇 군데는 결과가 좀 빨리나온다나? 한 이틀정도면..
결국은 접수료 환불받고, 집에 와 밤새 죽을 동 살 동 앓고,
다음날 녀석이 다니는 의과대학병원 응급실에 가 선배에게 치료와 처방을 받으니 즉방 열이 가라 앉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죽을 것 같다는 둥, 시간이 무지하게 빨리 가는 것 같다. 시간이 무겁다 는 둥
밤새 에미만 찾으며 괴로워하던 놈의 옆에 있던 내가, 슬금슬금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약을 먹으면 열은 내려가지만 두통과 구역질 기침은 점점 심해진다.
생각할 것 없이 다음날 아침 같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간편 검사를 받으니 음성이라 다시 심도있는 검사를 요청하고,
증세에 따른 처방약과 타미플루 5일분을 타 왔다.
검사 비용은 응급처치료 포함 16만7천 몇십원이었다.
덕분에 추석 쇠러 큰댁엔 부녀지간만 가게 되고,
모자는 방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 가끔씩 열을 재고는 잠이나 실컷 잘 밖에....
전염병이니 밖을 나갈 수도 없고, 빨리 추수리기도 해야하고 참나원.
이틀 후, 확진검사결과 ‘음성’입니다. 라는 메시지로 영어의 몸이 해방을 맞았다.
아직 기침은 남아있지만, 몸은 쾌차되었다.
시험과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의대생 아들놈은 아직도 지진부진 하단다.
올 추석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신종플루가 뭔가로 딥따루 떠드는 언론과
국가의 무수한 공문과 함께 보탬 없는 번지르르한 호들갑 때문에
그 일주일 돈쓰고 고생만 무지하게 했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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