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병원에 다녀 약을 지어먹으니 전쟁터 같던 뱃속이 잠잠해졌다.

별 유별난 음식을 먹은 건 없는데 배탈이 나 병원을 찾으니 감기약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단다.

 

토요일 시모님 생신회식으로 네 형제부부와 조카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다.

회식장의 그림의 떡이 딱 고거다. 가능하면 먹지 말라던 의사선생님의 충언도 있었지만

밤새 잠 못자던 날의 고생이 생각나 조카가 건네준 자스민차 한 잔 하고 구경만 한다.

 

돈 주는 친척이 가장 좋을 거라는 생각에 참가한 조카들에게 모조리 용돈을 주고

못 온 녀석들 사정도 고려하여 가져다 주라며 봉투를 건넸다. 돈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다.

 

시모님마저 식사 후 훌훌 돌아가셨다. 우리 집엔 오셔도 사흘을 계시지 않는다. 심심하다시며.

인제 사는 셋째네는 서울에 온 김에 핸드폰을 바꾸고,

철원 사는 큰 동서는 큰 화분을 하나 챙겨갔다.

넷째네 뚱뚱이 아들이 날씬해져서 왔다. 회식장에서 바로 돌아가는 부모 덕에, 

작별하면서 할머니와 큰엄마들이 모조리 용돈을 쥐어주어 녀석은 큰돈을 벌어갔다.

 

 

호젓한 일요일이다.

시간이 좀 나는 남편이 마눌을 생각하여 한 마디 한다.

"나갈까?"  "어디? 차로 아님 중랑천 산책?"  "차로...."

"하늘공원 축제한다는데...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거기 그냥 가 보지 뭐."

동창페이지에 '같이 갈 사람?'하고 공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저기 두물머리 가자하기엔 좀 그렇다.

 

어쨌던 좋았다.

팔짱끼고 걷는 것도 좋고, 억새 만발 들판의 경치도 좋고, 날씨도 선선하여 좋고...

사무실에 회의 차 가 봐야 하기에 곧 돌아와야 하는 남편이라,

하늘공원의 해지고 난 후 행사시간까지 게 있지는 못한다.

 

5시 남편을 회의장에 내려주고 남산이나 걸을까 하였더니 피로가 온다. 위 창을 쬐금 열고 눈을 감았다.

라디오의 최유라씨, 아버님(조영남)과 무슨 가수 의원 셋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자장가가 된다.

마눌의 상태를 확인차 전화 한 벨소리에 눈 떠, 커피 한 잔 하고 정말로 남산 산책이다.

서울뉴스호스텔 위 운동기구 여기 저기 옮기며 왔다갔다 하는데 전화가 온다.

"차는 보이는데, 마누라는 없어서...."

가회동 길을 지나 삼청터널을 거쳐, 정능길을 타고 돌아온다.

배탈이 염려되어 외식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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