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다. 손주가 있음 고녀석 챙기느라 딴 생각을 못했을 텐데, 어머니를 뵈러 가자 하였으니 내게도 고마운 날이다. 더구나, 한계령 산바람과 그 넘어 동해 바다바람에 쉬 합류할 수 있는 곳에 계시니 어째도 일석이조다.
그는 몇 날 동안 인테넷 검색에 열심이었다. 노년엔 현금이 있어야 한다고 아무리 충고해도, 들리지 않음이 분명하다.
7, 800평 정도의 땅에 소박한 거처를 세우고, 갖가지 과실나무와 채소를 가꾸며 무공해 삶을 누리는 것. 덤으로 얻을 천연 피톤치드에 대한 기대도 있다. 길을 나서면 낯익은 이들을 만나고, 더러는 그 어릴 적 동무들과 가재 잡고, 물고기 잡고.... 그런 노년을 구상한다.
"원하는 시설 다 갖춰 놓으면, 올 거야?" 그가 묻는다.
"응, 한 달에 한 번이라면..."
저의 실망하는 눈, 마주보며 답하기 미안하여 피한다.
윗 길 아랫 길로 몇 백미터를 사이에 두고, 노후의 삶을 위해 15년 넘게 주말을 다 던져서, 훌륭한 농장을 세운 같은 직장 동료였던 분과 고향을 떠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성공한 초등동기가 나란히 터를 잡았다. 집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시간에 방문이다. 반가이 맞는 각기 다른 두 사람에게서 남편의 사람됨을 읽는다. 모두 가까이 흐르는 맑은 개울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퇴직도 하고 나이도 먹고 이젠, 우리 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산이 가까이 있고, 이렇게 물 좋고, 공기 좋고. 이런 데서 살아야지.."
고을 유지가 되어있는 어렸을 적 친구의 부추김이다.
마누라 한 번 쳐다보는 그를 향해, 한 마디 더 던진다.
"여 오면, 여자 하나 구해 줄 게. 여자는 쌨다 쌨어."
옆에서 듣던 그 부인도 거든다.
"여기, 부인이 몇인 남자가 한 둘이 아니라오."
"마누라 구해 준데, 마누라 여럿 거느리는 것도 능력인데, 하고 싶은대로 해 보셔."
그렇게까진 말할 필요 없었는데, 어쩌나 밷어 버린 말이니 담을 수도 없고...
이 시골 호젓한 곳에서 매주? 자주? 매일? 에고, 아무래도 그렇게 못살 것 같다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