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보름 맞다.

워낙 밤도 밝은 도시지만, 그림자를 보니 이 훤한 빛은 분명 달빛이다.

 

젊었을 때도 그렇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체질이다.

갱년기를 맞았으니 그 증세가 한층 심해져서 시계가 3, 4시를 가리켜도 깨어있는 상태.

아무리 잠을 청해도 소용없다. 헌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눈 뜰 즈음이면 잠이 들기 시작하는 건 뭔고? 딱 올빼미다.

 

삼식이가 된 남편 밥상이라도 챙겨 줘야 하는데, 못 일어나 헤멘다.

"더 자. 자."

"신랑, 밥은 줘야지."

"됐어. 나는 쥬스 갈아 먹었어."

잠 못 들고 들척이는 마눌을 잘 안다. 덕분에 그도 깊은 잠은 못 이뤘을 게다.

 

나 먹기 위해 시장 봐 지지고 볶고, 과일 사다 씻어서 깍아 먹고 한다? 

마찬가지로 아침 끼니를 위해 그 잠을 포기하고 일어날 리 당근 없다.

그나마 이 삼식씨 덕에  매일 시장에 가고, 그가 좋아하는 반찬을 차려 같이 식탁을 맞으려 눈비비고 일어나는 거다.

 

아침 설겆이를 하고 나면, 그가 갈아주는 주스 한 잔 마시고,

"서방님, 커피." 주문에 의한 (남자가 타 주는 커피는 모두 맛있는)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좋다! 신랑이 주스도 주고, 커피도 주고... 그리구 아무 때나 먹고 마실 수 있구, 가고 싶을 때 가고, 하고 싶을 때 하구..."

"그래? 그럼, 지금 나가자. 집에 가서................ 하자."

"그럽시다. 가서 계곡에 돋자리 깔고 잠도 자고."

말 마치기 무섭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근데, 점심 먹고 갑시다. 아침에 끓여 놓은 찌게 다 먹지 않음 버리게 되거든. 운동하러나 갔다 오셔."

 

그는 운동하러 나갔다. 그러고 나면 자유시간. ㅎㅎ

그 자유시간에 하는 일이란 겨우 잠자든지, 컴 앞에 앉아 있든지.

 

삼식이가 되지 않으려, 한 끼는 밖에서 해결하리라 마음 먹은 그가 삼식이가 된 건, 사 먹는 음식의 질 때문이란다.

건강을 위해 퇴직했는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더란다. 

삼시 세 때 모두 집에서 해결하는 그 삼식씨도 사람에 따라선 이쁘기만 한 거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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