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통영에 닿았으니, 외도든 소매물도든 섬으로 가는 배편은 없다.
해서, 6시까지 운영한다는 케이블카로 미륵산을 오른다. 케이블카가 아닌 곤돌라다. 스키장에서 흔히 봤던.
통영의 케이블카는 전국의 캐이블카 운영 수입장 중 가장 고 수익을 내는 곳이란다.
1시간에 1800명 까지 수용한다고 하는데, 수익성으로 미루어 휴일이면 북적여 혼잡스러울 것 같다.
산 위에서의 바라보는 경치는 동해나 황해와는 또 다르다.
바다 위에 섬이 흩어져 있어, 그 위에 지고 있는 해가 어우러지니 아름답다 못해 숙연해 진다.
가고자 했던 외도나 소매물도는 다음날로 미뤄야했는데, 그 두 곳을 하루에 끝내기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사전에 면밀히 첵크했더라면 하루에 섭렵할 수 있는 곳이었다.
두시간 반이면 해결되는 외도는 오전 중에, 거제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소매물도행은 오후면 가능하다.
그런데도 현지에 가서는 그 정보를 구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20000원 뱃삯보다 7300원씩을 더 낸 통영여객선은
배의 모양새와 시설도 그저 그렇고, 운항횟수도 적은 데다, 육지로 회항하는 시각과 시간 차가 크다.
바닷길이 생겨 등대섬까지도 천천히 다녀왔음에도 한 시간은 맥없이 배를 기다리며 앉아 있어야 했다.
물길이 열리지 않으면 등대섬은 소매물도 산 정상에서 바라만 보고 내려올 밖에 없는 곳이다.
하루 한 번 썰물로서 물길이 열리는데 그 시각이 불규칙하여 언제 열리는지도 알아야 등대섬(쿠크다스섬)을 밟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매물도에서 섬 주위를 관광차 도는 소형배를 이용하면 가능하기도 할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비교해 볼 때 소매물도 관광은, 거제에서 배를 타는 것이 통영에서 보다 경제적이다.
결국 하루 더 그곳에서 묵게 되었고,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워야하는 이래저래 시간 공황까지 맞게 되었다.
거제 여행은 여행사를 쫒아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사는 이치로서의 경제감각일 뿐 여행의 묘미는, 발길 닿는대로 마음 닿는대로 움직이면 될 일이다.
가고 싶은 곳을 찾아 계획하고 출발하고 이동하고, 묵고 먹고 머무르고 하는 일련의 행위자체가 즐거움이다.
그 값을 물량으로 환산하려는 게 애초에 부질 없는 일인 지도 모르겠다.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그 멋진 시공의 한 점 속에 없었을 테니.
달리는 자동차는 산과 구름을 어루러 멋진 풍경화를 연속하여 그려낸다.
어느 예술품이 그런 형상들을 연출해 낼 수 있겠는가?
전시관 속에 내가 있는 겐지, 전시물 안에서 움직이는 건지 여행 속에서 만들어지는 그 작품과 나는 혼연일체다.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얼마나 황량하였을까도 생각해 본다.
남해의 그 넓고 푸름 위에 드문드문 떠있는 기암괴석의 바위섬이 보이고,
태양은 한 몫 더하여, 하늘에 바다에 뭍에 제 각기 다른 감각으로 금빛을 쏟아 붙는다.
습도도 온도도 적절하여 내 인체에도 쾌적함을 베게하는 공기도 흐른다.
그 정도면, 자연이 가져다 준 가장 적정한 시공에서의 누림이니
따질 것도 없이 충분한 한 점 한 점이 되었던 여정이었음에 이의 없다.
탁 트인 한강이 좋아 두물머리로 치달리곤 했었지만, 바다는 그지없음으로 해서 트임의 무한대다.
그러한 남쪽 그 바다는, 내 열림의 본향으로 자리매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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