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업무에 시달리며 여의도도 가고 싶고, 남산도 가고 싶고.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뭔지 해야 하는데, 여유가 없었다.

토요일 산행이 계획되어 있다보니, 다른 약속은 잡지도 못하고.

   직장 산행 모임, 개설하여 두 번째 산행 공지가 있었다. 이번은 ‘불암산’이란다. 등산복 챙겨 입고 차는 두고, 출근하며 김밥 두 줄 사고... 1시에 문 앞에서 만나자 했는데, 확인 전화도 없이 그 두 명은 출발을 했다. 한 5분쯤 기다렸겠지.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잠시 기다리더니, 그 동네 가는 차를 얻어 탄 것 같다 한다. 전화를 넣어본다. 한 사람은 전번이 바뀌었다 하고 한 사람은 내가 안 가는 줄 알았다나? 상계역에서 기다릴까요 묻는다. 한편으론 괘씸하면서, 한편으로 잘 됐다는 쾌재다. 이 참에 그 모임에서 빠져야겠다는 ㅎㅎㅎ. 그렇다. 직장 동료는 왜 껄끄러운지 모르겠다. 이해타산 없는 사람들인데도.

  그렇잖아도, 북한산 진달래 능선이 삼삼했는데.... 동행할 적당한 몇에게 전화를 한다. 혼자가도 될 일인데 뭐 하러 시도를 했는지.... 한 사람은 몸이 부실하여 병원 가는 중이고, 한 사람은 발목을 삐어 조심해야 한다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아까운지고라 하였지만 동생을 만나기로 했단다. 시내에서. 선배나 불러 벚꽃 핀 길 드라이브나 하자 하였더니, 아들내외가 다니러 와, 토 일요일 꼼짝 못하고 잡혀있게 생겼단다. 아껴 두었던 한 사람. 늘 바쁜 이니 어떨지 몰라 메시지를 보내본다. 답이 없다. 전화를 거니 꺼져 있다. 처음 생각처럼 그길로 버스를 탔음 진달래를 즐기고 있을 텐데, 갈 맛을 잃고 만다.

  일주일 내내 한계리 밭을 다듬느라 게서 지내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한다. 산에 간다더니 어찌 된 일이냐며 되묻는다. 자초지종 얘기하다 "속초 영랑호 벚꽃 만개 했겠지?"하며 그리 가겠다 했다.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전화 속에서 들린다. 그 누구도, 그 아무도 아닌 오직 한 사람! 부르면 만사 제치고 달려와서 챙겨줄 이, 이 한 사람이다. 

  딸아이는 서울에 도착했다는 소식인데, 빨래 널고, 바닥 청소기 돌리고 부리나케 현관문을 나섰다.

  ‘너도 빨리 네 짝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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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영랑호 벚꽃이 반긴다. 끝물이라 눈발처럼 겨워 겨워 휘날린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오가는 동안의 모든 봄꽃 상태가 같다. 개나리도, 목련도, 진달래도 벚꽃도 꽃송이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지마다 녹색 싹이 군데군데 돋아있다. 늦게 봄이 오더니, 한반도 남쪽이 일시에 같은 속도로 따뜻해진 모양이다.

 

일방통행 벚꽃 길에서, 차 세우고 오라 했더니 쉬고 있었단다. 바람은 차도, 꽃과 물새와 희미한 산이 어루러져 아름답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얼마나 그리던 봄날인가! 이 허접한 상춘객, 호강이 분에 넘친다.

 

2km 남짓 영랑호를 꽃눈과 찬바람 맞으며 길 끝까지 걷도록 나홀로다. 삐친 척 나는, 화진포 계획은 접어버렸다.

그대와 나의 추구하는 바가 다르므로 이쯤에서 각각 놀자는 되먹지 못한 심산이었다. 남편은 마눌 눈치를 살피더니 미안해 한다. 시댁 동네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내 차에 올랐다. 옆 자리에 따라 오른다. 내일 나는 출근해야 하고, 그는 아직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남편의 굿바이 뽀뽀다. 뽀뽀는 내 모션이지, 그의 것은 아니다. 무뚝뚝 무덤덤을 넘은 용기 낸 모션이었다.

“오 예에! 여태까지 일은 모두 무효, 우리 남편 도루 100점이야!”

나의 그 웃기지도 않는 멘트에 늘, 쿡 터트리며 웃어주는 너그러운 그가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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