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7월 21일 출발 취소. 독일의 수퍼바이러스 덕에.

백두산 행과 중국 여행 7월 23일 출발 취소, 녀석의 예상치 못한 고액 지출로.

 

녀석이 오늘 눈 수술을 했다. 안경이 벗고 싶은 게다.

고도 근시라 시술하는 곳이 거의 없단다. 알아본 바론 두 군데.

특별 수술을 받아야 하므로 가격도 500만원이나 된단다. 누나가 한 라식의 2.5배다.

좀 더 신중하게, 몇 년 더 지켜봤다 했으면 좋으련만,

많이 분석하고 생각하고 찾아보고 알아봤다는데 할 말이 없다.

수술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어 어머니께서 부담스러우시면, 미국행을 포기하겠단다.

그놈의 국제화 프로그램 지원서 때문에 (내게)잔소리를 무지하게 들어놓곤....

수술비는 사정사정해서 400만원을 결재했단다. 더 이상 할인은 안 된단다.

 

몇 달 전, 토요일이 제출 기안이었던 학과 국제화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었다.

그 토요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오후에나 어슬렁 집으로 들어왔다.

교수 추천서와 자기소개서에 대해 조언을 받기위해 온 거다.

근무하던 날이었으므로, 서류 제출건이 궁금하여, 아침나절 전화로 물으니, 잔소리로 들으며 그냥 끈어 버린다.

전날 금요일 약속으로 늦게까지 친구를 만나더니, 그 토요일도 동아리 활동이다 뭐다로 서류 제출은 뒷전이었다.

제출일이 그날인데,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여 다급하게 물었는데, 녀석은 잔소리쯤으로 생각한 거다.

도중에 끈어버린 버릇없는 행위로 해서 보자마자 서류 제출은 뒤로 하고 그야말로 야단부터 쳤다.

내 읽어본 바로는 사진도 붙이고 서류를 꾸며 1시까지 제출해야하는데, 어찌되었냐 물으니,

교수님 추천서만 받은 상태이고 사인도 아직...

 

"야, 이거 다시 읽어 봐. 오늘 토요일이니, 오래 근무해야 1시까지일 거고, 지금 5시가 다 되었는데... 그럼 서류 미제출이네!" 

 

"중략........올해에는 의과대학에서 이전에 실습을 했던 외국병원을 중심으로 시행할 예정이며 선발기준은

 영어듣기, 말하기 능력과 의학과 1-3학년 성적으로 소정의 시험 및 심사를 통하여 10-30명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은 3월 5일 까지 첨부된 지원서를 작성하여

 의과대학 행정팀 (담당: ***선생님, ***@***.ac.kr)에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 안내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제출 서류양식을 면밀히 살핀 후에야 제 실수를 알아차리고, 꼬리를 내린다.

녀석은 전자메일로 과제를 제출하듯 그 토요일 자정전에 파일을 보내면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담당자가 토요일이라 근무를 안 했기에 망정이지,

서류 미제출로 지원서 자기소개서 쓴다고 할애한  그 정신빠지게 힘들었던 바쁜 시간들 몽땅 날아갈 뻔 했다.

제출 시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얼른 가 보라는 내 말에, 서류 검토고 뭐고 없이 학교로 뛰어간다.

월요일 꼭두 아침, “사진도 붙이고, 교수님 사인도 받아서 접수 했어요.”

 

녀석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준비물이나 과제를 사전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빌리거나 단 시간에 적당히 해치워 모면하는 ...

초등학교 5학년인가 3학년인가, 한번은 책가방을 들고 학교를 가다 다시 돌아 집으로 와선

“엄마, 오늘 현장학습 가는 날이에요.” 미쵸, 미쵸.

언제나 느긋하다. 바쁜 게 없고,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서두른다고 안 될 게 되고, 될 게 안 되지 않는다나 뭐라나.

내 보기엔 아직 세상 적응도가 바닥인데, 잘난 줄로만 알고 자신 만만하다.

사는 동안 한 번도 쓰디 쓴 경험을 해 보지 않았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도 되겠지만.

녀석의 그 꼴, 눈에 보이지 않아 내 신상이 편한 것도 같다.

 

어쨌던 그 지원서에 의해 7월 29일 국제화 프로그램 실행 차 3주간 미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비행기표는 각자 구해야 한다는 통보가 일요일(6월 12일) 이제야 온다.

이틀 동안은 여행사 여기저기 뒤져보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었는데, 녀석은 그 일요일도 농구 동아리에서 한가하다.

검색한 것 최종 결재하라 했더니, “어머니께서 하라 해서 했어요.”란다.

“수정해서 말한다. '어머니께서'를 '네 생각대로'로 바꿔라.”

 

이번 눈 수술도 제 생각의 결론이다.

돈이 많이 들어 미안하면 나중에라도 갚아라. 이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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