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날 공항에서부터 억센 비로 도착 시간이 평소에 두 배 넘어 걸렸었다.
다음 날인 어제 교육방송을 접하니 우면산 붕괴로 정규방송은 못한다는 안내 방송이 있고 종일 음악이 흐른다.
여기 저기 사람이 죽고, 다치고 집과 자동차가 잠기고... 답답한 소식이 전파 속에 난무하다.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그런 소식들로 그 興이 미안하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녀석이 바다로 친구들과 나들이 가겠다고 차를 몰고 갔으니,
제 아버지는 세상은 시끄러운데, 철 없는 녀석은 이 비에 떠났나 노심 초사다.
전화 통화 후에야 안심을 한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들 생각 없이 행동하진 않습니다."
그러곤 오늘 같이 가기로 했던 두 친구와 함께 짐도 쌀겸 집에 왔다.
두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들로 예비 한의사들이다. 4명이 절친인데, 남양주에 사는 녀석은 비로 길이 막혀 못 오게 되었단다.
재수한 친구는 원광대 3학년이고 한 녀석은 대전대 졸업반이다.
대전대 다니는 녀석은 고대 법대와 대전대 한의대 중 한의대를 택했다. 문과였는데, 대전대에서는 교차지원을 허용했다.
법대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냐 물으니,
"글쎄요. 법대를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요, 고시공부하는 친구들 보면 잘한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지금 공부가 쉽다는 게 아니고요. 어렵고 힘은 들지만 재미있습니다." 란다.
요즘 아이들 막 나간다고들 하는데, 이 아이들은 모두 공손하고 조심스럽다.
방학이면 만나서 하룻밤 씩 같이 지낸다.
몇 해전 저희들끼리 주고 받은 말 속에서
여자 친구와 아내는 다르다며, 자신들은 사랑하는 여자보다는 부모님을 잘 모실 여자와 결혼을 할 거라 했단다. 셋 모두.
우리 애도 나도 그런 생각들에 놀라워 했었다.
녀석들은 요즘 보통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부모에게 비중을 크게 둔 효자 아들들인 셈이다.
지금도 나는, "너 좋은 여자랑 살아라." 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 아이가 우리를 소홀히 한다 해도, 저희끼리 사랑하며 오손도손 살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하다면 대만족인 게다.
남편은 아들을 둘 더 얻은 양 흐믓해 한다.
특기인 주스를 만들어 주라 하였더니 얼른 재료를 조합한다.
북경의 동인당에 있는 한의사들이 진맥과 안색만으로 정확하게 병명을 짚어내더라 말하니,
아이들도 놀란다. 오랜 경험에 의한 거 아닐까요? 하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 했다.
동인당 의사들의 그 검진은 참으로 놀라웠다.
이 아이들도 그 경지까지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 인다.
내일 아들 녀석 국제화 학습 프로그램 참여차 찰스톤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헤어질 양이다.
다행히 같은 프로그램 참가하는 과 친구 2명이 같은 비행기란다.
같은 시간 비행기표를 검색해서 예약했으니, 한 두명 동행할 확률이 있겠지만 반갑다.
에고나 아침도 해줘야하는데, 뭘 끓여 준담.